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경제정의와 관련된 내용이다. 자유 법치국가로서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명제는 논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은 경제정의를 많이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힘의 균형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시장 상황에서 보면 언제나 주도권은 큰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갑과 을의 관계`라는 말은 업계에서 보편화된 지 오래다. 그 힘의 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가 되니 이젠 `정의`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정보기술(IT)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종사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불균형 정도가 심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해 수익 구조 자체가 결정되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한 지 오래다. 이를 막아보기 위해 정부는 대기업의 사업 참여 제한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지만 이미 굳어져버린 산업 형태를 되돌리기에는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고용 효과가 가장 확실하고 우리나라 미래 산업으로 키워가기에 가장 적당한 분야다. 하지만 그동안 잘못된 시장 구조로 인해 이익을 확보할 수 없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은 그저 생존에만 급급할 뿐이다. 기술 축적이나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플랜트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2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겨우 해외 진출을 시작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해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한국남부발전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이었다. 남부발전은 화력발전소 정비시스템을 개발하던 우리 회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그동안 축적한 정비 기술과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리고 해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다 발전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요르단에 제품을 납품하는 등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아서 좋았다. 이 사업을 지원한 남부발전도 향후 해외 발전소 운영과 유지보수 사업을 할 때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해 수익을 일부 공유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그리고 지금 많은 우수한 사례를 배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 어떤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보다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 자금, 판로 세 가지를 한꺼번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그 어떤 직접적인 지원보다도 더 키워줄 수 있다. 더욱이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기업이 현장에서 실제 기술력과 생존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평가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여타 기관에서 지원하는 많은 연구과제보다 현실 적응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본다.
중소기업에 단비와 다름없는 이런 좋은 제도를 더욱 더 확산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한 동반 성장 프로그램을 좀 더 폭넓게 개방하고 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이 예산은 단지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기업 스스로의 생존에 도움이 될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중소기업 없이 대기업 혼자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 우리 미래가 밝아진다.
권중근 이메인텍 대표 jgkwon@emainte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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