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ESS 강국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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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의 심장으로 불리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이 급성장 중이지만 국내 ESS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 부품소재 및 운영솔루션 등의 원천 기술 확보와 비즈니스모델 발굴이 절실한 가운데 업계는 세계 선두의 일본 시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세계 3대 ESS 강국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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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교시내 한 유통점에서 판매 중인 ESS. 우리나라와 달리 일반인도 쉽게 ESS 구입할 수 있다.
세계 3대 ESS 강국으로 도약

ESS 시장은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2010년 기준 2조원 규모에서 2020년 47조4000억원 규모로 약 24배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2030년에는 12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미국 조사기관인 파이크 리서치는 내다봤다. 저장용량도 현재 1206㎿h규모에서 2020년에는 16배 성장한 2만105㎿h로 확대된다.

일본의 ESS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시장 조사기관인 시드 플래닝은 자국의 ESS 시장이 2011년 축전 용량 기준 23㎿h에서 2020년 935㎿h로 4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용량기준 세계 시장의 5%미만이지만 성장 폭은 두 배 이상 높다.

일본의 ESS산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활발해지고 있다. 소비자 관심과 수요가 급증했고 전력 부족 사태의 핵심 대안으로 일본 정부가 ESS를 주목하면서 적용 현장에 따라 나트륨황전지(NAS)와 리튬이온전지, 납축전지 등 다양한 2차전지를 활용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구회진 한국전지산업협회 본부장은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투입하며 실증과 보급사업이 연계된 국가 프로젝트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며 “실증 단계 수준의 국내와는 달리 ESS 중심으로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 활성화 마중물로

일본 ESS 시장은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최종 소비자가 구입비의 33%를 차감 받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말 210억엔의 예산을 책정하고 가정용과 상업시설을 대상으로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만 630억엔(약 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본 도쿄시의 자체 예산 150억엔(약 2100억원)을 포함해 교토 등 지자체들도 보급사업에 나서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내년에 100억엔 예산을 투입해 시장 활성화를 부추길 계획이다. ESS 활용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다양한 형태의 2차전지를 포함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배터리 등의 기준을 제시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시장에 맡기면서 정책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리튬이온 2차전지만을 사용하고 일방적인 보급 사업에만 치우친 우리나라 정책과는 다른 양상이다.

일본은 해외 정부 및 기업과의 공동사업도 준비 중이다. 사업을 통해 2차전의 성능향상 및 비용절감을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성장전략에 차세대 자동차 및 ESS, 2차전지 등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신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정책에는 2020년까지 △차세대자동차의 세계시장 확보 △에너지시스템 구축 및 해외전개 △축전지 시장조성 및 경쟁력 강화 △그린 부품 소재를 통한 성장 실현 △해양의 전략적 개발 등을 담고 있다. 특히 ESS 분야는 다른 나라 정부나 기업과의 공동실증을 통해 해외시장 전개를 목표로 하는 공동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2차전지 분야는 전력계통용 대형 전지의 성능향상과 비용절감을 통해 양수발전과 비슷한 설치비용(1㎾h당 약 33만원)에 맞추겠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정부의 보조금 지원책은 수요와 공급에 맞는 자유로운 시장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며 “배터리 종류나 지원 범위를 규정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는 정책은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

정부 지원책이 시장 활성화에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이미 일본에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 역시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고가의 2차전지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모델이 나오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전기차에 사용하고 남은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사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제품에 비해 충·방전효율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20~30% 수준에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전력망과 서비스산업 등을 융합시킨 민간주도의 사업모델도 활발하다. 일본의 한 업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ESS 대여사업을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설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정에 ESS와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구축한다. 소비자는 고가의 ESS를 이용해 가정용 풍력·태양광발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요금 절감분과 설비 사용료를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 없이 ESS를 통해 가정에서는 전기사용을 절약하고 국가는 전력수급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차량도 ESS로 활용된다. 도요타자동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V)와 전기차 등 전기 동력 차량과 주택 사이의 전력을 상호 공급하는 시스템(V2H)을 개발하고 올해 말부터 사업화에 나선다. V2H는 전기차 등에 탑재된 교류 직류 변환기(AC100V 인버터)에 의해 차량에서 교류 전원(AC)으로 변환해 가정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통신을 통해 전력 흐름을 제어하고 최적화된 전력을 가정에 설치된 에너지관리시스템(HEMS)에서 자동으로 제어한다. 재해 시 차량의 배터리를 비상 전원으로 이용해 충전기를 통해 가정의 조명이나 콘센트 전원으로 사용한다. 일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1대로 일반 가정 사용 전력의 약 4일분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도요타의 설명이다.

소박스/ESS 기술 선점에도 한발 앞선 일본

일본은 ESS분야 국제 기술표준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시장 선점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ESS분야 시스템은 일본전기공업회(JEMA)가, 2차전지는 전지공업회(BAJ) 등을 주축으로 4개 기관에서 인증 등의 시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인증을 받아야만 보급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을 포함한 중국 제품과의 국제 경쟁을 고려해 기준을 향상시켜 자국 산업 경쟁력도 강화시키면서 인증규격을 국제 규격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BJA는 인증 규격(SBA S1101) 기준을 마련하고 ESS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 중대형 리튬이온 2차전지에 대한 시험평가 및 안전성 표준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업계는 산·학·연을 중심으로 SBA S1101를 일본공업규격(JIS)을 거쳐 국제 표준 기구인 IEC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단체표준 수준의 규격을 JIS화한 후 이미 국제 규격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ESS 등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 엄격한 인증 규격을 강화한 것도 결국 자국 산업 경쟁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미 차세대 2차전지를 활용한 실증사업도 진행 중이다. 일본은 나트륨황전지(NAS)와 리튬이온전지, 납축전지 이외에 차세대 2차전지인 리독스 플로우(Redox Flow) 배터리를 사용한 ESS 사업에 나서고 있다. 리독스 플로우 배터리는 낮은 비용으로 도입 가능한 차세대 전지로 꼽힌다.

지난 8월 일본 요코하마 제작소는 1㎿급의 대규모 발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에 들어갔다. 2차전지 시스템 개발은 닛신전기와 스미토모덴이 참여했다. 이 시스템은 야간의 값싼 전력과 태양광 발전 전력을 저장하는 리독스 플로우 전지(용량 1㎿h)를 채택했다. 집광형 태양광 발전장치(최대 발전량 200㎾)와 연동해 외부 상용 전력계통과도 연계된다.

이 시설의 전지량과 전기 소비량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의해 감시되고 측정 데이터는 EMS 서버에서 일괄 운영하도록 설계됐다. 태양광발전량의 기복인 심한 출력 변동을 전지의 충·방전 기능으로 보완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 출력을 보장한다.

소박스/우리는 세계 톱3 진입 목표

국내는 시장 형성전의 실증단계이나 향후 전력 소비량 증가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급팽창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시행 2015년까지 960㎿, 2020년까지 1680㎿ 규모의 수요를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전력망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2009년 1.07%)이 낮아 원활한 ESS 시장 형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ESS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등 급팽창하는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시장 창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기술수준에서도 기업, 연구소 등에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나 상용화 정도, 원천, 부품소재 기술 수준, 실증 경험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열세다. 일부 기술(리튬이온전지, 슈퍼 커패시터, 플라이휠)은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으나 그 외의 기술은 초기 기술개발 단계 수준이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삼성SDI, LG화학 등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해외수출에 탄력을 받고 있지만 전력변환장치(PCS) 등의 관련 기술은 취약하다.

이에 지식경제부가 지난 7월 민관 합동으로 2020년까지 총 6조4000억원의 투자 등의 지원 내용을 담은 `세계 3대 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가깝게는 초기 ESS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위해 조기 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운용기술과 실증 사업을 적극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부품 소재를 개발하고 미래 에너지 저장 신기술 개발 지원, 또한 관련 기업의 내수를 확대하고 수출지원 등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세계적 기술수준의 ESS용 2차전지 이외에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및 관리·운영 솔루션 기술 확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설비 위주의 산업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융·복합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ESS 기술 개발 현황 및 기술 수준

【표】일본 경제산업성·동경도 ESS 지원 사업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