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속도가 생명!

“지금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SNS를 해당 업체보다 반년 가량 앞서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때 사업화를 못했죠. 그 사이 다른 서비스가 나왔고 지금은 경쟁할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다른 곳이 잘 되는 걸 보고 많이 후회했지만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낀 계기였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최근 출시한 서비스를 열심히 설명하던 취재원은 지난 창업 경험을 묻는 질문에 뜻밖에 말을 꺼냈다. 최고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모 업체 서비스를 자신이 먼저 개발했다는 것이었다. 서비스를 먼저 내놨지만 제대로 사업화를 못했고 후발주자에 밀려 창업을 접었다는 게 요지였다.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스타트업 성공은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해졌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도 시장 진입이 늦으면 성공과 멀어진다. 선도자 효과라는 것이 생각보다 대단하다. 먼저 시장에 진입해 자리 잡은 기업은 좀처럼 크게 도태되지 않는다. 후발 주자는 상황이 다르다. 고객 인식 속에서 선두업체를 밀어내기 쉽지 않다. 늘 모방자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서비스만 먼저 내놓는다고 끝이 아니다. 동시에 제대로 된 사업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서비스만 내놓고 이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 좋은 아이디어만 뺏기는 꼴이다. 준비가 부족한 대학생 창업자가 곧잘 저지르는 실수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소셜 데이팅 등에서 1위를 달리는 스타트업은 빠른 시장 진출과 적극적인 사업화로 해당 분야를 개척했다. 뒤를 이어 비슷한 서비스가 쏟아졌지만 아직 선두업체를 넘어선 곳은 없다. 선두 업체 서비스를 일정 부분 변형·발전시켰지만 그것만으론 차별화가 부족하다. 더욱이 후발 주자 아이디어는 선두 업체에 좋은 힌트가 된다. “많은 유사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디어를 참고해 저희 서비스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까요. 후발업체에겐 핵심이지만 저희에겐 업그레이드입니다.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데 고객이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스타트업에게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업계 선두기업 대표의 여유 있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