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2부. 글로벌 창업현장을 가다 <5>캐나다

`여기에 인큐베이터센터가 있어?` 캐나다를 대표하는 인큐베이터센터 디지털미디어존(DMZ)을 처음 접한 사람은 한번쯤 내뱉을 듯싶다. DMZ가 위치한 곳은 말 그대로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 다운타운 한 가운데다. DMZ가 들어선 건물 대각선 맞은편에는 캐나다 토론토 최대 쇼핑몰 이튼센터 메인 출입구가 있다. 길 건너에는 젊은이로 언제나 북적 거리는 `영&던다스(Yonge&Dundas) 광장`이 있다. 토론토를 관광 또는 비즈니스차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번 쯤 지나쳤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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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는 토론토 다운타운 중심에 위치했다. 사진은 DMZ가 입주해 있는 건물 모습.

하지만 DMZ를 쉽게 찾을 수는 없다. 외곽에는 `인큐베이터센터`도 `DMZ`란 안내판도 없다. 오히려 DMZ가 들어선 건물에는 극장과 IT제품 전시판매장인 `퓨처숍(FutureShop)`이 들어서 있어, 이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3층에 올라서야 확인할 수 있다. DMZ는 토론토에 소재한 라이어슨대학이 2010년 4월 설립했다.

◇번잡함이 혁신의 힘

“에너지가 넘친다.” “아름다운 곳이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 좋다.” DMZ 입주 스타트업인의 센터 위치에 대한 평가다. 다운타운 한 가운데 극장과 같은 건물을 쓴다. DMZ 메인층인 3층엔 대형 푸드코트(식당가)가 위치한다. 주변이 번잡하고 혼란스러워 집중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주변만이 아니다. 내부도 마찬가지다. 43개팀이 입주해 있지만 이들을 구분하는 벽이나 파티션(칸막이)은 없다. 붙어 있는 책상을 함께 쓰면 그들이 같은 팀원이다.

입주업체들은 이것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소개한다. 제이 터너 후플러스유 대표는 “혼자 고민해야 할 때는 조용한 곳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곳이 좋다”며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나 이것을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알리 가포 비아포우라 대표도 “스타트업은 처음 3년이 중요하다”며 “이곳이 우리 비즈니스 방향과 방식을 정하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가포 대표는 오픈돼 있는 공간에서 다른 팀과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스타트업에게 등장하는 난제를 해결한다고 소개했다.

막혀 있는 공간에서는 인위적으로 연결시켜줘야 네트워크가 형성되지만 벽이 없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다른 팀원 간 수시로 대화가 이어졌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 개발 성과도 나타난다. 가포 대표는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과정에 고급 플래시 기법을 적용하고자 할 때 주변 팀에 요청하면 바로 해결된다”며 “우리는 데이터베이스(DB)관리가 전문이어서 다른 팀에서 관련 문의를 해온다”고 소개했다. DMZ 사무국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서로 돕고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팀간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그들이 원하면 언제나 `Yes`

“이곳은 젊은 사람이 그들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발레리에 폭스 DMZ 총괄이사 말이다. 폭스 이사는 “스타트업인의 요구에 우리 대답은 언제나 `예스(Yes)`”라며 “우리는 입주사에게 요구하는 것도 행동강령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철저히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국이란 인상은 그들 사무공간에서 확인됐다. DMZ 사무국은 별도의 사무실에 위치하지 않는다. 여타 스타트업팀과 마찬가지로 칸막이 없이 한 공간을 차지한다. 여타 스타트업팀과 구별이 잘 안 된다. 스타트업과 같이 숨 쉬며 그들의 고충과 기쁨을 함께 하겠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DMZ가 출범한지 이제 갓 2년을 넘었다. DMZ 사무국은 입주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궁극적 목표로 정했다. 폭스 총괄이사는 “입주 팀·기업이 성공하면 이들이 다시 후배 입주 팀을 지원하는 그런 선순환 모델을 만들려 한다”며 “이를 위해 스타트업팀이 외부 다른 기업과 협력을 맺거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입주팀도 마찬가지다. 가포 대표는 “우리가 성공한다면 무조건 DMZ를 돕겠다”며 “기업 경영의 답을 찾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우리가 성공한다면 그들에게 좋은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멘토 역시 DMZ 강점이다. 입주 팀 대부분은 말 그대로 `초짜`다. 경험이 없거나 있어도 일천하다. 그들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멘토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멘토로 DMZ를 세운 라이어슨 대학의 교수들이 있다. 입주 스타트업인 플라이비츠(Flybitz) 호센 라흐나마 대표는 “ICT 분야가 워낙 빠르게 변화해 대학과 공동 연구는 필수”라며 “우리는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네트워크장 역할도 한다. 사무국 한편에는 입주하거나 졸업한 스타트업인들의 간략한 소개가 담긴 사진이 비치돼 있다. 8월말 기준으로 이곳에 입주했거나 거쳐 간 스타트업 멤버는 무려 500명을 넘는다. 그들 가운데 협력을 희망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할 의향이 있는 스타트업인 사진을 올려놨다. 로렌 슈나이더 DMZ 미디어담당은 “사람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수시로 여기에 와 확인한다”고 소개했다.

◇든든한 서포터 CYBF

DMZ 입주사 상당수는 캐나다 청년기업가재단(CYBF·Canadian Youth Business Foundation) 지원으로 출범했다. 1996년 출범한 CYBF는 올해만 700여개 스타트업 팀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로 캐나다 스타트업 탄생 산실 역할을 한다. 16년여 동안 무려 4000개 넘는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들의 매출규모와 정부에 낸 세금규모는 각각 6억4300만달러(이하 캐나다 달러)와 1억4300만달러다. CYBF는 은행과 같이 융자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스캇 바우만 CYBF 정부부문 이사는 “우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융자만 할 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어떤 영리 목적 비즈니스를 펼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지원 대상 업체가 많다고 선정되기가 쉽지는 않다. 지역 사회와 손잡고 각 지역에서 1차 심사 후 중앙에서 2·3차 심사를 할 정도로 철저하다. 또 그동안 평가과정에서 스타트업 리더의 의지와 인성이 스타트업 성공 중요 요소로 보고, 이를 평가 중요한 항목으로 뒀다. 바우만 이사는 “비즈니스 모델 등 평가기준은 매우 까다롭다”며 “기관 출자자인 정부도 우리 평가기준을 만족해 평가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CYBF의 강점은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600~700곳에 달하는 신규 스타트업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멘토링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본다. 테싸 민츠 CYBF 부회장은 “CYBF는 재정지원과 멘토링 두개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멘토는 기본적으로 자발적 봉사다. 한 달에 4~5시간 전문가가 멘토로 나서 조언을 하고 필요한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이들은 특히 스타트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경영자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거나 또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 사업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민츠 부회장은 “빌 게이츠를 멘토로 희망한다면 불가능하겠지만 워낙 멘토 풀이 많기 때문에 대개 적합한 멘토를 추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CYBF는 멘토를 상시로 모집하며 주로 기존 멘토의 인맥과 광고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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