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8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오피니언 리더들은 차기 대통령의 조건으로 `뚜렷한 ICT 비전 설정`을 꼽았다. 10명 중 8명은 전담 부처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자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ICT 오피니언 리더 3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에 바란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뚜렷한 ICT 비전 설정과 추진을 주문했다. ICT 산업인들이 대선 투표에서 선택 조건 1순위가 미래 비전 설정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ICT 정책을 잘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뚜렷한 비전 설정`이라는 응답이 3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련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32.6%)를 꼽았다. ICT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는 셈이다.
ICT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무려 83.2%로 나왔다. 전담부처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담부처의 업무범위는 분산된 관련 기능을 총괄하는 형태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69.4%로 단연 많았다. 현 정부 들어 전담부처를 해체해 정책 혼선과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오피니언 리더의 판단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과학기술·ICT 정책 수립 및 집행에 가장 뛰어났던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대중(35.8%), 박정희(13.5%), 전두환(5.2%), 김영삼(2.3%) 순이었다.
대선 후보 세 명의 ICT 정책 공약에 대해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세 후보의 ICT 공약을 점수화한 결과(100점 만점), 안철수 후보가 62.74점으로 가장 높았다. 문재인 후보는 53.87점, 박근혜 후보는 43.06점을 받았다. 세 후보의 ICT 공약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안 후보가 ICT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조사를 총괄한 조광현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장은 “세 후보의 공약 평가점수는 실제 공약에 근거를 둔 판단이 아닌 기대감의 표현”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소셜미디어 활용도가 높은 ICT인의 여론 확장성을 감안할 때, 기대감을 충족할 구체적 방안 제시가 초반 판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