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영국 간 기업공개(IPO) 유치전쟁이 뜨겁다. 스마트폰 혁명이 낳은 제2 IT 붐을 타고 급성장한 벤처기업을 모시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성장 속도가 빠른 IT·신재생에너지 등 기술벤처의 런던증권거래소(LSE) 상장 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는 20일 런던 IT집적단지 테크시티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이 같은 정책을 공식 발표한다.
이 정책은 상장 기준을 완화해 벤처기업 창업 후 쉽게 자금을 유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상장 준비기업이 가진 자사주 지분 비율을 기존 25%에서 10%로 대폭 낮추도록 했다. 회계보고서를 기존에는 3년치를 제출해야 했으나 기간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사회 구성 기준도 완화해준다.
유럽 `금융 및 테크 허브`를 자처하는 영국은 기술기업 IPO를 미국에 빼앗기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컴퓨터 안티바이러스 개발업체 어베스트(Avast)가 IPO 장소로 런던 대신 뉴욕 나스닥을 선택한 게 대표적이다. 영국은 어베스트가 체코 기업이지만 높은 인지도와 성장세 등을 감안해 유치에 상당히 공을 들였던 터라 충격이 적지 않았다.
영국의 대표적 성공 스타트업인 저스트이트, 원가, 킹닷컴, 모시몬스터마저 런던 대신 뉴욕에서 IPO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보도했다.
심지어 마이SQL, 스카이프, 플레이피시, 러브필름 등 유럽 대표 벤처기업들은 IPO를 포기하고 라이벌 업체에 인수당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만큼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을 꺼렸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은 위기감을 느낀 인덱스벤처스 등 벤처업계가 영국 정부를 설득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벤처 천국인 미국은 올 초 오바마 대통령이 이른바 `잡스(JOBS) 법`에 서명하면서 기술기업 IPO 유치에 날개를 달았다. 잡스법은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의 줄임말로 IPO 절차와 규정을 대폭 간소화해 스타트업이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정부가 LSE 상장 기준을 서둘러 완화한 이유다.
그러나 섣불리 상장 기준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기술기업이 한꺼번에 증권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술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보험업협회와 국민연금기금 측은 정부 정책에 대해 “작은 기업들이 쉽게 상장을 하게 된다면 지나치게 주가 변동 폭이 크고 소수에 의해 기업이 지배당할 위험이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