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테마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소통 방식은 다양하지만 소통이란 용어는 `인간관계에서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활동` 정도로 요약된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조차도 홍보나 PR·광고·선전·마케팅 용어는 익숙하지만 소통이란 용어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소통 운운하면 `정치`라는 용어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 불편한 용어가 돼버렸다. 정치권에서 `소통 부재`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용어로 둔갑한 나머지 간혹 소통을 얘기하면 정치적인 수사 또는 정부 정책 홍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몇 년 전 대한민국소통포럼을 준비한 적이 있다. 공공기관 홍보 담당자와 기업 홍보, 마케팅 담당자와 교류 협력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사례를 공유하면서 발전 방향을 공동으로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포럼이었다. 포털업체 참여를 희망하고 미팅을 몇 번 하고 나니 불참을 통보해 왔다. `소통`이라는 단어의 정치성과 참여하는 정치권 인사 등이 이유였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업체로서 소통이 매우 민감한 요소였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 수사에 불과했던 소통이란 용어가 대중 용어로 바뀌었다. 소셜 미디어가 소통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러운 일상용어로 받아들이는 계기를 만든 주인공이다. 소셜 네트워킹이 바로 소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셜 미디어가 소통 전부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부와 외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 등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종업원과 고객 소통을 해왔다. 소셜 미디어는 점점 이런 활동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변해가고 있을 뿐이다. 소통이라는 용어가 기업에도 경영 방침으로 확산되지만 소셜 미디어가 낳은 또 하나의 변화 바람이다.
직원과 고객·국민·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와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예전과 다른 소통을 전제로 진행해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상대방 이해를 구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활동에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원칙이 있다.
소통에는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진실한 소통은 불필요한 논쟁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절감해 줄 뿐 아니라 신뢰와 협력과 같은 사회적 자본의 규모를 늘려 준다. 그것은 소비자를 만족시켜 주지만 기업에게도 좋다. 그래서 조직은 소통을 통한 열린 경영이 해법이다.
최근 싸이 강남스타일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싸이가 일약 글로벌 스타로 부상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유튜브를 통해 2억건을 훌쩍 넘는 조회 수로 강남스타일이 세계로 확산되었기에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싸이만의 독창적이고 차별성 있는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를 만나 힘을 발휘한 결과다. 강남스타일에서 전달되는 소통메시지와 독창적 말춤 콘텐츠는 소통과 소셜미디어 운영의 바로미터를 제시해 주었다.
패키지로 제공되는 SNS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특성에 맞는 콘텐츠가 생명이다. 최근 단기간에 1500만명을 확보한 애니팡이라는 소셜 게임도 콘텐츠의 힘이다. 한국인터넷소통협회가 국내 334개 기업과 공공기관의 SNS 기반 소통경쟁력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일방적인 정보제공(60.7%)과 이벤트를 통한 관계지향성(59.5%)은 높은 반면에 차별성(57.6%)과 독창성(57.3%),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상호작용성(57.2%)은 미흡하다.
몇 개월 후면 18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국민과 소통이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기업과 공공기관의 소통 방정식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와 경제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고 소통 불능이나 장애는 정치경제적 구조와 그에 따른 문화적 관행의 결과이자 증상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진심으로 소통하는 대통령, 국민을 위한 차별적인 정책 콘텐츠로 승부하는 대통령, 열린 대통령을 희망한다. 이를 통해 아직은 천편일률적인 고객과 일방적 소통에 안주한 기업과 기관의 경영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켜 고객지향적인 경영의 새로운 모델로 승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열린 진심의 소통 콘텐츠는 시대적 요청사항이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회장·아이코아컨설팅 대표(ceo@kico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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