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여론조사]IT오피니언 리더 "차기 대통령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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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일이 89일 남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인들도 5년간 정부를 이끌 차기 리더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가 리더의 비전과 추진력이 우리 ICT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맞아 ICT 오피니언리더를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를 들어봤다.

ICT오피니언 리더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ICT전담부처의 설립과 시장 변화에 발빠른 대응, 규제완화 등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압도적으로 ICT전담부처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ICT전담부처 부재에 따른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최근 스마트폰 혁명 등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줄 것도 주문했다. ICT거버넌스 부재가 불러온 책임회피와 업무 처리 지연이 국내 ICT기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았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ICT기업 대표와 임원 등 오피니언리더를 대상으로 9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내용은 △차기 정부 IT정책 과제 △대선 주자 IT 적합도 △현 정부 IT정책 평가 등 세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응답자는 총 310명으로 남성이 86.1%로 여성보다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40대(40.3%), 조직규모별로는 1000명 이상(33.2%), 소속기관별로는 산업계(80.0%), 해당분야 경력별로는 10년 이상(49.0%)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ICT전담부처 필요해=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해체했다. 결국 이러한 판단은 우리나라의 ICT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 사실상 국가 미래를 그리는 부서인 두 부처의 해체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피니언 리더들은 차기 정부의 ICT정책 방향에 대해 ICT전담부처 설립을 통한 체계적 진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ICT정책 등을 총괄하는 ICT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3.2%(반드시 필요 55.6%+대체로 필요 27.4%)로 10명 중 8명 이상은 ICT 전담 부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6.8%(전혀 불필요 1.9%+별로 불필요 4.8%)에 불과했다.

ICT 전담 부처의 조직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독립 부처로 해야 한다는 응답이 69.7%로 단연 많아 과거 정보통신부와 같이 독립적인 중앙 부처 형태로 꾸려질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대통령 직속(14.2%), 국무총리실 산하(8.4%), 위원회(5.5%), 기타(2.3%) 순으로 나타났다.

ICT 전담 부처의 업무 범위는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분산된 ICT 관련 기능을 총괄하는 구(舊) 정보통신부와 같은 범위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69.4%로 단연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방송·통신과 디지털콘텐츠를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α형식(10.6%), 전통산업부서에서 ICT까지 총괄하는 지식경제부+α형식(10.0%), 과학기술 전담 부서와 ICT 부처를 하나로 합친 교육과학기술부+α형식(7.1%) 순이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오피니언리더들이 과거 정보통신부 형태를 업무 효율성이나 추진력 등에서 가장 적합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도 ICT전담부처 설립에 찬성 입장이라 부활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단 ICT전담부처 부활론자들도 과거 정통부처럼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폐단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단다. 새 전담부처는 실제로 기업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ICT 정책 부서의 주요 기능은 1순위로는 모바일 빅뱅과 같은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이라는 응답이 32.9%로 가장 많았으며 업무의 일관성에 따른 타 산업과 시너지 창출(19.4%), ICT 산업 육성에 따른 글로벌 기업 탄생 가속화(17.4%),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정 어젠다 선점(12.9%), ICT 강국으로서 국제적 위상 강화(8.4%), 국내 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5.5%), 연구개발(R&D) 기능 강화(3.5) 순이었고, 2순위로는 글로벌 기업 탄생(20.0%), 산업 변화 대응(18.7%), 타 산업과 시너지(15.5%) 순이었다.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ICT 산업 분야는 인터넷·콘텐츠산업이라는 의견이 29.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소프트웨어(SW)산업(23.9%), ICT융합산업(19.7%), 방송·통신산업(10.6%), 부품·소재산업(6.8%), 그린IT산업(4.2%), 정보보안산업(3.9%)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 진흥 정책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SW·솔루션이라는 의견이 29.0%로 가장 많았다. 게임·콘텐츠(24.2%), 신재생에너지(10.0%), 통신서비스(8.7%), 부품·소재·반도체·디스플레이(8.4%), 정보보안(6.5%), 인터넷/포털(4.5%), 방송서비스(3.5%), 하드웨어(HW)(1.6%), 휴대단말기(1.3%), 디지털가전(1.0%)이 뒤를 이었다.

정책적 육성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가장 높아질 분야도 게임·콘텐츠라는 의견이 3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SW·솔루션(21.3%), 부품·소재·반도체·디스플레이(13.9%), 통신서비스(9.0%), 휴대단말기(5.2%), 신재생에너지(4.5%), 인터넷·포털(3.5%), 디지털가전(3.5%), 정보보안(1.6%), 방송서비스(1.3%), HW(1.3%) 순이었다.

온라인게임의 해외시장 성공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정책적 지원만 따라준다면 게임이나 콘텐츠산업이 반도체 등 기존 수출주도 품목을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과 콘텐츠는 기획력, 안정성, 탄탄한 유료화 모델이 잘 적용된다면 세계 어디에 진출해도 경쟁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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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ICT 정책과제는 1순위로 규제 완화라는 응답이 34.8%로 가장 많았으며, 인력 양성(19.7%), 신성장산업 발굴(17.1%), 창업 활성화(12.3%), 동반 성장(10.6%), 자금 지원 확대(5.5%) 순이었다. 2순위로는 신성장산업 발굴(28.1%), 인력 양성(22.6%), 동반 성장(14.8%), 규제 완화(12.6%), 창업 활성화(11.3%), 자금 지원 확대(9.0%) 순이었다.

오피니언리더들은 ICT산업은 로컬사업이 아닌 글로벌사업이라고 말한다. 전세계 마켓을 두고 성장하기 때문에 규제를 풀고, 서비스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고 ICT대통령은 노무현=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과학기술, ICT, 전자 정책 수립 및 집행에서 가장 뛰어난 대통령은 누구였는지도 물어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 폐지 등 ICT 소외론이 등장할 정도로 ICT에 대한 관심이 줄어듦에 따라 직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다음으로는 김대중(35.8%), 박정희(13.5%), 전두환(5.2%), 김영삼(2.3%), 노태우(1.6%) 전 대통령 순이었다.

가장 뛰어난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산업 활성화에 기여했기 때문` 이라는 응답이 45.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환경변화 대응력 향상`(25.8%), `신기술 개발·확산`(13.5%), `신비즈니스 창출`(11.6%)`, `소비자권익보호`(3.9%) 순으로 나타났다.

ICT에 가장 적합한 역대 대통령으로 노무현을 택한 응답자들은 `환경변화 대응력 향상 때문`이라는 응답이 36.4%로 가장 많았으나,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경우와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산업 활성화에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46.8%, 81.0%로 가장 많아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4년 명함과 일정을 관리하는 정치인용 인맥 관리 프로그램 `한라 1.0`을 개발하고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을 고안했던 SW개발자이기도 했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의 ICT 애정이 오피니언리더에게 깊이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IMF 외환위기를 어깨에 걸머지고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도 벤처산업과 ICT를 빈사 상태에 빠진 국가 경제를 살리는 선봉장으로 삼았다. 취임 첫해인 1998년 6월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했고, 4년만에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동통신 사업 역시 CDMA상용화 기술을 바탕으로 비약적 발전을 일궈냈다.

대통령이 ICT 정책을 잘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뚜렷한 비전 설정`이라는 응답이 36.1%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관련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32.6%)로 나타나 ICT이해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비전 설정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처 권한 이양`은 13.2%, `강한 추진력`은 9.7%, `풍부한 인력풀`은 8.4%에 불과했다.

12월 대선에서는 대권 후보들이 ICT마인드를 갖췄느냐도 선택 판단에 영향을 미칠 주요한 변수다. 따라서 각 후보들은 ICT전담부처와 과학기술부 부활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ICT를 활용한 전자정부 구현, 신성장동력 발굴, 규제완화 등도 강조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권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문을 던져봤다.

현 대선 후보가 제시한 ICT 정책에 대해 평가한 결과를 100점 만점으로 점수화한 결과, 안철수 원장이 62.74점으로 가장 높았다. 안 원장이 특별한 ICT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평가를 받은 것은 ICT인으로 ICT이해가 충분하리라는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후보는 53.87점, 박근혜 후보는 43.06점을 받았다. 낮은 점수지만 아직 주요 후보들이 정책공약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ICT정책에 큰 실망= 오피니언 리더들은 현 정부의 ICT정책에 낙제점에 가까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현 정부의 ICT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산업진흥 측면에서는 64.8%, 소비자권익보호는 55.2%, 환경변화 대응력은 65.8%, 신비즈니스창출은 67.4%, 신기술 개발·확산은 65.5% 응답자가 부정적(매우 잘못했다+잘못했다)으로 평가했다. 반면 긍정적 평가(매우 잘했다+잘했다)는 각각 8.4%, 7.4%, 8.1%, 6.5%, 8.4%에 불과했다.

5개 부문의 평가를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계산했을 때 소비자권익보호가 32.74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신기술 개발·확산(29.68), 산업진흥(29.35), 신비즈니스 창출(27.98), 환경변화 대응력(27.90)의 순이었다. 5개 부문의 평균 점수는 29.53점으로 30점에도 못미치는 매우 낮은 점수였다.

산업 부문별 평가도 역시 좋지 않았다. 방송통신은 75.2%, 정보보안은 54.5%, SW는 58.7%, 인터넷·콘텐츠는 64.5%, 그린IT는 52.3%, IT융합은 50.0%, 부품소재는 42.3%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적 평가는 각각 4.2%, 12.3%, 10.6%, 11.6%, 13.2%, 15.5%, 11.9%에 그쳤다.

실제 지난 5년간 우리나라 IT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쉽게 체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발표하는 IT산업경쟁력지수를 살피면, 우리나라의 IT 산업경쟁력은 2007년 세계 3위에 달했지만,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급락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지수 기술 인프라 부문 역시 2005년 2위에서 2006~7년 6위, 2008~9년 14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산업 부문별 정책평가를 종합해보면 100점 만점에 부품소재 정책 평가 점수가 37.67점으로 가장 높았으나 40점 미만의 점수를 보여 보통 이하의 낮은 평가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ICT융합(35.69), 그린IT(34.87), 정보보안(33.74), SW(31.74), 인터넷콘텐츠(29.71) 순이었고 방송통신이 21.91점으로 최저 점수를 받았다.

방송통신 부문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5년 내내 종합편성채널 등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라 밖에선 산업지형과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다.

조사진행=전자신문리서치센터(ETRC)·네오알앤에스

정리=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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