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시장 만능주의와 성장 지상주의가 빚어낸 양극화를 성토했다. `상생과 협력`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경제 민주화를 시대적 명제로 내세웠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선 공약 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인선을 발표하며 역시 경제 민주화를 대선 승리의 키워드로 부각시켰다. 당내 경제 민주화 논리를 주도하는 김종인 위원장에게 경제 민주화 추진단장까지 맡김으로써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적어도 경제 민주화에 관한 한 여야 대선 후보들은 같은 생각인 듯싶다. 쓰는 용어조차 똑같고 그 속에 담길 내용물과 온도도 그리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경제 민주화가 그만큼 고단한 국민들의 삶에 와 닿는 시대적 공감이라는 뜻이다. 골목 상권, 청년 실업, 의료복지 등 각종 민생 문제와 결부된, 지금의 정치·문화·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어젠다로 비친다.
나는 경제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을 아우를 혜안이 없는 탓에 산업적 관점에서만, 편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역할론에서 경제 민주화의 새로운 상을 찾아보고 싶다.
엄밀히 말해 경제 민주화가 겨냥해야 할 표적은 `재벌`이지 대기업이 아니다. 여야 모두 지목하듯, 재벌의 탐욕이 우리나라 경제사회 구조를 양극화로 몰아간 주범이다. 그동안 우리는 대기업 관행을 재벌이란 단어와 동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었다.
그런데 재벌은 개혁 대상이지만 대기업은 개선 대상이다. 대기업이 협력사를 상대로 과다한 납품단가 인하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자행하는 일은 두고두고 감시하고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물론 과거보다 나아졌다. 대기업 스스로도 사회적인 동반 성장 분위기에 자의반 타의반 중소 협력사를 배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기까지다. 더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외치는 경제 민주화의 테두리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경제 민주화 시대의 상생은 대기업 스스로 시혜적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 중소기업도 대기업의 수혜자 처지에만 머무르려는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런 인식 전환이 출발점이다. 경제 민주화 시대에도 상생과 더불어 반드시 성장을 일궈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이 앞선 투자와 시장 창출로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그 성과를 나눠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이 진정한 동반자이자 주체로서 새로운 시장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첨병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스스로 격을 높이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 씨앗을 나라가 뿌려야 할 때다. 포퓰리즘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더욱 발전적인 경제 민주화를 고민해 보려는 이유다.
서한 소재부품산업부장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