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마지막에 웃었다.
민주통합당 19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최종 득표율 56.52%를 기록, 결선 투표 없이 후보로 확정됐다. 당초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조기 등판한 셈이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의 국가 비전을 분석했다.
경선에서 전승을 거두고 후보로 선정된 문 후보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문 후보는 정보통신기술(ICT)·과학기술, 경제·산업, 교육·복지 분야에서 현 정부와 완전히 차별화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일자리·복지국가·경제민주화 등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ICT 경쟁력 높이는 게 급선무=문 후보도 ICT 분야 최대 관심사인 전담 부처 설립에 경쟁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각론은 다르겠지만 총론에서는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전담부처 필요성에 대해 현 정부 들어 낮아진 ICT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지난 7월 말 카카오를 방문해 “ICT 벤처를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과거 정보통신부 같은 ICT 전담부처 부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ICT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해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벤처기업을 국가가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통신 분야 쟁점이 됐던 망 중립성에 지지하는 입장도 밝혔다. 문 후보는 “네트워크사업자,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 민간전문가, 정부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중립성위원회를 구성해 망 사업자 트래픽 현황을 투명하게 조사,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요금은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는 “생활하는 데 통신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모바일 정보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인터넷실명제 폐지에 대해서도 찬성했다.
과학기술부 부활에도 적극적이다. 문 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대전담쟁이포럼`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선 의제로 과학기술부 부활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실화를 꼽았다.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대기업 개혁…중소기업 육성 정책 `꿋꿋`=경제 분야에서는 대기업 집단 개혁 등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문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밝힌 5대 국정 운영 핵심 중 하나다.
문 후보는 “승자독식의 정글 법칙에서 벗어나 상생과 협력의 경제 생태계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간한 정책 공약집인 `사람이 먼저다`에서도 “재벌 개혁은 경제 민주화의 다른 이름”이라며 재벌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산분리도 더욱 강화한다. “현 정부가 산업자본이 가질 수 있는 은행 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갑절 넘게 올렸다”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다시 되돌려 은행이 재벌의 금고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대기업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한 납품 가격 인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육성 정책도 발표했다. 주요 정책은 △중소기업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형 유통업체 입점 시 허가제로 전환 △프랜차이즈 가맹점 리뉴얼 및 매장확장 시 비용분담 의무화 △납품단가 협상 시 중소기업 협동조합 차원의 교섭권 확보 △대기업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 △공정거래위 역할 강화 △원자재 가격·납품단가 연동제, 이익공유제 시행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시제도 시행 정착 △중소기업 청년취업자 혜택 지원 △중소기업 금융제도 혁신 등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해 일자리 혁명=일자리 혁명도 이룬다. 문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 산하에 `청년일자리특별위원회`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 일자리 마련에도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실제로 문 후보는 `일자리 혁명` 공약과 관련한 민생 행보로 공식 후보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문 후보는 17일 오전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전 10시30분 서울 구로구 디지털단지를 방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각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일자리가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간담회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 대표자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 등 사용자측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관련 공약으로 전면적인 무상보육 실현과 국공립 시설을 넓혀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제시했다. 국공립대 연합체계 구축으로 서울대를 폐지하고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