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주요 글로벌 전시회를 가보면, 한국 IT기업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국산 제품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잔치 분위기다. 전시 분야도 스마트폰·대형 3D TV·초정밀 부품 등 하나같이 신기술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유망 제품들이다. 이런 첨단제품에서 쟁쟁한 선진기업을 제쳤다는 것은 우리도 이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국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실제로 4세대 이동통신(LTE, 와이브로), 무선센서 네트워크, 로봇 분야에서도 한국형 첨단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몇몇 분야에서 세계 일류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자만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촌각을 다투는 기술혁명의 시대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서로 다른 기술들이 결합하고 산업과 산업이 통합하는 기술융합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술발전이나 제품기능의 융합화·다양화 속도가 상상 외로 빨라 자칫 눈 깜짝할 사이 선두 자리를 뺏길 수 있는 것이 디지털기술 분야다.
우리나라는 특허 출원에선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나 아직 세계 최고로 꼽을 만한 원천기술은 별로 없는 상태다. 핵심기술 분야에선 미국·일본 등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만의 독창적인 기술 브랜드를 내세워야 한다.
기술한류는 이제 시작이다. 국가 대표산업인 ICT를 중심으로 기술한류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류가 개인이나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기술한류는 치밀한 연구와 기술개발(R&D)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업이 앞장서고 출연연과 대학 등이 전략적 관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우뚝 올라 설 수 있도록 기술한류 확산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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