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4년 시행을 목표로 IT인력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IT역량지수(TOPCIT)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3일 전국 대학의 IT전공자 대상으로 경진 대회도 앞두고 있다. TOPCIT는 IT 전공자 및 산업 종사자가 IT 기술은 물론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요구사항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스킬·태도 등 종합적인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핵심 취지는 산업계와 학계의 인력 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교육의 획일화, 평가기준의 실효성 등 여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TOPCIT의 조기 정착에 필요한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향후 산·학에 미칠 효과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성조 한국공학교육인증원 부원장(중앙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류구희 SK C&C 부장
-박일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사회 박서기 전자신문 IT비즈니스부 부장
◇사회(박서기 전자신문 IT비즈니스부 부장)=TOPCIT에 대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제도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가.
◇박일준(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IT인재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도구의 필요성은 어제오늘 강조돼 왔던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쓸 만한 IT인재가 없다고 얘기를 하고, 학생들은 구직난을 얘기하고 있다. 교육된 인력을 데려다 쓰는 곳과 교육하는 곳의 간극을 줄이는 대안 중 하나로 이 제도가 마련됐다. TOPCIT는 IT분야에서 종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판단하는 IT역량지수다.
◇김성조(한국공학교육인증원 부원장·중앙대 교수)=IT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시돼 왔던 점이 산·학간 `역량 불일치`다.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학생들의 역량 차이가 크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려면 일정 수준의 IT역량 수준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TOPCIT를 통해 산업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고, 학생들은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IT여성기업인협회장)=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을 기업에서 채용했을 때 최소 1년이 지나야 업무를 맡길 수 있다. 대기업은 그나마 신입직원들의 교육을 위한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TOPCIT는 중소기업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중소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줬으면 한다.
◇류구희(SK C&C 부장)=TOPCIT를 통해서 `소통의 프레임`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기업과 학교, 그리고 개인 간의 어떠한 콘텐츠, 지식이 필요한지에 대한 소통의 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경우 신입 사원을 준비시키는 데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인다. 미리 대학이나 개인들이 일정 수준으로 갖춰준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전반적으로 TOPCIT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OPCIT로 기본 IT역량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기존 자격시험은 한정된 영역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는데, 차이점은 무엇인가. 과연 TOPCIT가 폭넓은 IT영역의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자격증이 될 수 있을까.
◇박일준=기존에도 각각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기준들이 있긴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하기엔 부족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스펙을 쌓았더라도 그 자체에 대해 객관적으로 신뢰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TOPCIT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업마다 원하는 역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이 지수 하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객관적인 수행역량 평가 부분에서 TOPCIT가 다소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산·학의 간극을 좁히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조=기존에도 IT관련 자격증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좁은 범위이고, 실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로는 부족했다. 실제 현장에서 업무하는 데 필요한 종합적인 테스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TOPCIT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총체적인 수행형 테스트`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산업계가 학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알려줘야 한다. 산업체에서 대학에 원하는 `표준스킬 세트`를 정해주면, 대학에서는 자율성을 가지고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훈련된 학생들이 TOPCIT로 시험을 봐서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TOPCIT는 IT인력의 총체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시도로서는 의미있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체에서 이러한 `표준 스킬 세트`를 만들어서 대학에 제시해야 한다.
◇류구희=TOPCIT 문제 중에는 IT 기술 개발 역량이 44%, IT비즈니스 부분이 6% 정도 차지한다. 또 실무 해결 능력이 10% 정도 출제될 예정이다. 단순 지식보다는 어떠한 이슈나 과제에 대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수행 역량을 평가하는 부분이 포함됐다. 기존 자격시험과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정착이 잘 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일준=오는 23일 TOPCIT 경진대회에 현재 53개 대학 850여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이번 경진대회는 일종의 테스트다. 그동안 산업계와 학계에서 공동으로 만들어 왔는데, 실제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올해와 내년에 보완 작업을 거쳐 2014년 본격 시행된다.
◇사회자=TOPCIT가 제대로 알려지려면 이 시험을 본 학생들이 취업이 잘 돼야 한다. 학생들이 TOPCIT를 필수자격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TOPCIT가 학생들의 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는가.
◇김현주=기업마나 성향이 틀리고, 주력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인력 수급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대기업은 향후 TOPCIT로 시험을 대체해서 면접으로 인력을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기업도 TOPCIT를 기준으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으면 한다. 향후 제도가 제대로 안착된다면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중소기업의 수고를 덜어주는 제도가 될 것으로 본다.
◇류구희=SK C&C측에선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TOPCIT 시험의 결과를 적용하는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인재채용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인성과 직무 적성, 그리고 직무 역량을 본다. 사실상 신입사원은 직무 수행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직무 역량을 평가하기 힘들다. 이 부분에서 TOPCIT가 기술이나 비즈니스 스킬의 준비된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기업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평가지수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자=IT업계에서는 경력자들의 이동이 많다. 이들은 프로젝트 경험 및 경력으로 평가받는데, 이러한 경력자들의 평가지수로도 TOPCIT가 활용될 수 있는 것인가.
◇김성조=현재의 TOPCIT는 엔트리 레벨이다. 향후 TOPCIT 1, 2, 3이 개발돼서 경력별로 단계를 높여 나간다면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을 것이다. 또 이 시험을 통해서 재교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번 자격증을 획득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SW 개발자가 노력하고 있는지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경력자들이 안 할 이유가 없다.
◇김현주=경력 단절자나 재취업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면 매우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TOPCIT를 단계별로 나눠 경력자들이 이직할 때 활용하면 경력 단절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일준=현재 TOPCIT의 유효기간을 2년 정도로 할 계획이다. IT업계의 빠른 변화를 수용할 수 있게 매년 문제 유형도 지속적으로 변경할 것이다. 지금은 취업을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그 결과가 교육 과정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다.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재직자들에 대한 평가 툴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자=학생들이 TOPCI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인가. 이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박일준=원칙적으로는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으면 자연스럽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교육 과정과 시험이라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온라인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샘플 문제나 모범 답안을 가이드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는 모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김성조=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학생은 취업이 잘되고, 기업은 실무 역량이 좋다고 평가가 내려지면 성공할 수 있다. TOPCIT가 다른 평가시험과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 교수들과 산업계 실무진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단순 암기력이나 단편 지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문제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자=2014년에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김성조=사실 대학가에서는 우려하는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획일화다. 대학마다 특화된 교육을 하고 싶어하는 곳도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다소 역행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또 기업의 경영진들을 만나면 기초가 튼튼한 학생들을 요구한다. TOPCIT가 그러한 것을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SW 분야는 창의성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의 평가도 가능할지 우려된다. 또한 시험 문제를 통해서 대학의 교육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방법론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스킬 세트`를 대학에 제시해 학교 측에서 자율적인 교육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일준=기업이 적용해 봤는데 시험 점수와 학생들의 역량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이 나오면 시험을 본 학생들 입장에서는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단번에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계속적으로 진화시켜 나갈 것이다. 올 9월 경진대회를 통해 다듬는 기간만 1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제도 도입 초기에 괜찮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산·학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류구희=앞으로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3자간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 측면에서는 적극적으로 채용에 접목하는 등 호응을 해줘야 한다.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IT메카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산·학 협력이라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대학가에서는 정책적인 고민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학생들의 취업률을 중요한 지수로 봐야 한다. 명진전문대의 경우 기업주문형 교육을 통해 8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학들도 실제 TOPCIT의 방향을 커리큘럼에 반영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이 제도를 많이 알리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박일준=당초 취지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앞으로 세부적인 설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내용에는 모두 불만을 나타내는 식이면 안 된다. 앞으로 남은 1년여 동안 많이 보완해서 의도했던 취지에 맞게 산·학이 윈윈할 수 있는 TOPCIT 제도가 만들어지도록 하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