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자정을 지난 시간이었지만,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본회의장을 지켰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등위) 국고보조를 한시적으로 1년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야 문을 나섰다. 급한 불은 껐지만 게등위가 또 다시 풍전등화의 기로에 섰다.
게등위 해법을 놓고 국회 전병헌 의원실과 문화부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물등급위원회를 게임물위원회로 변경하고, 상시 조직화 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게등위 폐지 및 게임심의 민간이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기 때문이다. 게등위 해법은 10월 국회 국정감사 및 정기국회 법안 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13일 전병헌 의원실 주최로 `게임물등급위원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게등위 처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박순태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실장은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업무의 민간 이양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사행성 게임물을 넘겨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사행성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게등위가 존재해 오면서 사행성 문제가 근절됐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사실상 `게등위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동현 전 세종대 교수는 “게등위는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부재하다”며 “민간 재단법인이 게임물을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부는 게임물등급위원회를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변경하고, 청소년 이용 가능 아케이드 게임심의를 민간 자율로 이양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마련,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가 끝나는 대로 다음 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국고보조를 받는 상시조직으로 바뀐다. 내년에 부산으로 이전한 뒤 청소년이용불가 온라인 및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와 사후관리 기능을 유지한다.
게등위가 폐지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아케이드 및 온라인 게임 산업 전반적으로 적잖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아케이드 게임기 개·변조에 따른 사행성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자칫 게등위 폐지에 따른 업무공백이 발생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게임물 단속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누가 가질 지 에 대해서도 경찰과 문화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행적 요소가 없는 정상적 게임물로 등급분류를 받은 후 시중에 유통하는 과정에서 불법 게임물로 바뀌는 사례는 여전하다. 지난해 아케이드 게임 단속 현황을 보면, 개·변조로 인한 등급분류 위반은 312건으로 전체 단속 건수의 86.9%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일부 게임장 운영업체들은 아예 민간 자율심의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게임장 업체 대표들은 국무총리실, 문화부 등에 아예 청소년 이용가 아케이드 게임 민간등급분류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