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81] IPTV 상용화, 방통 융합 본궤도 <2008년 11월>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은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 동영상 콘텐츠, 방송 등을 텔레비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인터넷TV와 다른 점은 컴퓨터 모니터 대신 텔레비전을 이용하고 마우스 대신 리모컨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100대 사건_081] IPTV 상용화, 방통 융합 본궤도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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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33개 실시간 채널이 포함된 IPTV 서비스를 2008년 11월 17일 시작한 가운데, 서비스 첫날 여의도 KT 미디어센터 주조종실에서 직원들이 실시간 IPTV서비스 방송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100대 사건_081] IPTV 상용화, 방통 융합 본궤도 <2008년 11월>

IPTV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텔레비전과 셋톱박스, 인터넷 회선이 필요하다. 텔레비전에 셋톱박스나 전용 모뎀을 연결하면 된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리모컨을 이용해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영화 감상, 홈쇼핑, 홈뱅킹,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IPTV는 방송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양방향성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방송 또는 위성방송과는 달리 시청자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따라서 TV 방송 주도권이 방송사나 중계업자에서 시청자에게 넘어가는 셈이 된다. 현재 홍콩과 이탈리아,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IPTV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무기로 내세운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는 국내 IPTV 실시간 가입자 수가 2012년 4월 1일 기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IPTV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3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다. IPTV는 처음 도입했을 당시 가입자보다 탈퇴자가 더 많아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케이블TV보다 무려 2년이나 일찍 500만 고지에 올라섰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IPTV가 유료 방송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8년 11월 KT가 처음으로 실시간 방송이 포함된 IPTV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IPTV 시대가 개막했다. 현재 KT(올레 TV)와 SK브로드밴드(B TV), LG유플러스(U+ TV) 3사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08년 9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3개 업체 가운데 KT가 그해 11월 스타트를 끊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당시 LG브로드밴드)는 이듬해 1월 IPTV 서비스를 공식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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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2008년 12월 1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PTV 상용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송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열린 `IPTV 상용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 참석해 “IPTV는 미래 효자산업으로 성장,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선진 일류국가 건설에 IPTV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IPTV 가입자 수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상용화 이후 1년도 안 된 2009년 10월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2010년 4월 200만, 2010년 12월 300만, 2011년 6월 400만명을 달성했다.

KODIM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IPTV 가입자 증가율이 2011년 5월 기준 54%로 중국(53%)·독일(35%)·벨기에(30%)·미국(29%) 등 주요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2012년 3월 말 기준 KT `올레 TV`가 334만명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가운데 SK브로드밴드 `B TV` 107만명, LG유플러스 `U+ TV` 89만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IPTV 시대 개막은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방송통신 융합은 스마트 미디어 시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미디어 발전단계를 보면 1980년대 지상파 중심의 수동적 TV 시청이 있었고 1990년대엔 케이블 방송과 민영방송이 등장하면서 방송매체가 확대됐다.

인터넷과 IT 산업 전반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개인방송이나 이용자참여콘텐츠(UCC) 등이 등장한다. 인터넷으로 시청자가 직접 만든 방송을 유통하면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IPTV가 등장하면서 방송과 통신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본격적인 방통융합 산업이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방통융합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장벽이 두 산업의 결합을 가로막았다. 무엇보다 기술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2004년 KT가 IPTV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07년 12월 28일이 돼서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이 통과됐다.

이처럼 제도를 마련하는 데 3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정보통신부가 통신법을, 방송위원회가 방송법을 관장하는 이원화된 제도가 큰 이유였다. `부처 이기주의`라는 말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소모적 논쟁은 두 산업을 한곳에서 관장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IPTV라는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 콘텐츠라는 `자동차`가 중요해졌다. 2012년 3월 말 현재 KT는 라이브 채널 수 137개에 VoD 10만여편을 확보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각각 119개와 8만여편, LG유플러스는 125개와 5만여편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블TV와 대등한 수준의 콘텐츠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장 인기가 높은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2009년 1월 IPTV는 지상파 채널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기 시작했으나 재전송 대가를 둘러싸고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IPTV 업계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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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선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융합정책실장(현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 설정선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융합정책실장(현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IPTV 시범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업체들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리모컨이 지나치게 복잡하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나중에 단순한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설정선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IPTV 도입기 당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리모컨 이야기를 꺼냈다. TV에 온갖 인터넷 기능을 넣느라 그걸 조종할 수 있는 리모컨 버튼이 수십 개가 돼버린 것이다. 모두에게 낯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던 풍경이다. “이래서는 얼리 어답터가 아니고서야 사용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설 부회장은 2008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을 맡으며 IPTV 산파역할을 했다. 방통융합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하는데 주춧돌을 놓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IPTV의 등장을 위해 상당한 기간의 산고를 겪었던 만큼 기대가 컸다.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새로운 서비스의 탄생을 이끌어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설 부회장은 힘들었던 점으로 “방송과 통신의 첨예한 논란의 과정들과 마지막에 실시간 방송 재전송 협상 난항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겪었던 여러 차례의 고비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위원회와 정통부 시절에 빨리 (IPTV법) 제정이 됐다면 더 빨리 정착이 되고 외국에 수출할 만한 기술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됐다. 제도가 기술을 못 따라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잘했던 일로 다양한 논의들을 반영하면서 방송과 통신 양측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들었다. 방통위 등장 이후 IPTV 법제화와 사업자 허가 등 빠른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IPTV 법제화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돼 결과적으로 우수한 통신 인프라와 같은 유리한 조건에도 우리나라 IPTV 도입이 늦어진 것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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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선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융합정책실장(현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설 부회장은 IPTV를 향후 등장할 방통융합서비스의 첫 단추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단순히 신규 매체가 하나 등장한 게 아니라, IPTV 도입 과정에서 만들어진 법적 제도적 환경, 수많은 논의가 이후 새로운 융합서비스들이 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IPTV 도입이 이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와 같이 다양한 융합서비스와 제품이 등장하고 확산되는 데 바탕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IPTV가 확산되면서 통신, 지상파, 케이블 사업자 전체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방송통신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융합서비스가 등장하고 이것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설 부회장은 “우리는 IPTV라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더 발전시켜 방통융합을 넘어 미디어 융합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방송과 통신을 넘어 모든 미디어가 경계를 허물고 융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PTV에 남겨진 과제에 대해서는 “콘텐츠가 가장 큰 문제다. 재전송도 마찬가지다. 자체 제작이나 수입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결국 콘텐츠 확보 능력을 확충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표] IPTV 가입자 수 추이 (단위: 명)

(자료: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표] IPTV 3사 가입자 및 콘텐츠 현황

(자료: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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