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3단 변속기에서 에쿠스 8단 변속기까지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독자 모델, 독자 엔진 개발 다음 순서는 독자 변속기 개발일 것이다. 현대 자동차는 1980년대까지 일본산 변속기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던 수준에서 2000년대 후반에는 해외 완성차 브랜드에 독자개발한 변속기를 수출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완성차 메이커로서는 최초로, 변속기 전문업체를 포함해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개발한 후륜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자동차 변속기 개발사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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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구동형 8단 자동변속기

현재 현대차 그룹에서 변속기를 생산하는 곳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기아자동차 아산공장, 그리고 현대, 기아, 현대모비스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자동변속기 전문기업 현대 파워텍과 현대 위아가 있다. 현대파워텍은 2009년 중국의 장성기차, 화신기차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크라이슬러그룹으로부터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수주함으로써 해외에서도 현대차 변속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 기술 자립 단계( ~ 1990년대)

○ 일본 변속기 수입과 기술 도입

최초 현대차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 들었을 당시 한국에는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에 대한 기술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전량 일본 변속기를 수입하는 데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1970년대 들어와 현대차가 포니를 생산하면서 탑재한 3단 자동변속기는 일본 토요타 계열사인 아이신 제품, 엑셀에 장착된 3단 자동변속기는 일본의 미쓰비시에서 수입한 제품이었다. 현대차는 이때부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변속기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하며 기술도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1980년대에 4단 자동변속기가 보편화되고 1990년대에 와서 5단 자동변속기가 확대되는 세계적 추세에 비해 약 20년이나 뒤쳐져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변속기 독자 개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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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 자동변속기

○ 일본 업체 변속기 바탕, 독자 개발 돌입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대부분 일본산 변속기를 수입하는 데 그쳤던 현대차는 1980년말~1990년대에 와서 자립을 위한 기술 개발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1988년 현대차는 미쓰비시의 4단 자동변속기 라이센스를 받아 독자적인 생산을 시작했지만 단순 조립만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서 미쓰비시의 전륜 4단 변속기를 바탕으로 국내실정과 현대차 엔진 등에 맞게 기존 3축 구조의 변속기를 2축으로 변경하고 기어비, 허용 토크용량 확장 등을 통해서 내구성과 변속감을 향상시키는 등 자체기술 발전에 돌입했다.

구형 엑센트 및 아반떼에 장착된 전륜 4단 자동변속기는 일본 미쓰비시의 변속기를 토대로 개량해 왔으며, 알파엔진 독자개발과 함께 소형차에 적용되는 알파 전륜 4단 자동변속기, 베타 전륜 4단 변속기 등을 생산하며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기 전까지는 변속기 개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설계도면 자체를 실질적으로 미쓰비시에 의존한 상황이었기에 우리 실정에 맞게 개량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고,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도 부족한 상태였다.

■ 기술 경쟁 단계 (2000~2007년)

○ 일본 변속기를 바탕으로 전륜 5단 변속기 개발 본격 시작

현대차는 자동변속기 독자개발을 위해 1990년 초반부터 꾸준히 노력한 끝에 1998년 말 드디어 최초로 전륜 5단 자동변속기를 도면설계에서부터 생산, 조립까지 독자 기술로 완성해 2000년대부터 전륜 5단 자동변속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였다. 그러나 이것 역시 미쓰비시의 전륜 5단 변속기의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변속효율과 내구성을 향상시킨 것이어서 기술력이나 완성도가 일본 메이커나 독일 메이커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변속기 개발에 지속적으로 매달렸다. 또한 98년 독자적인 설계를 통해 생산해 낸 전륜 5단 자동변속기를 바탕으로 향후 순수 독자 기술의 전륜 6단 자동변속기 개발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 순수 독자 기술을 통한 전륜 6단 자동변속기 개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미쓰비시의 변속기를 바탕으로 개량한 전륜 5단 변속기를 사용하였으며, 후륜 변속기는 2005년까지만 해도 자트코의 후륜 5단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엔진의 발전 등과 함께 6단 자동변속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1년 세계최초로 6단 변속기 개발에 성공한 독일의 ZF와 공동으로 전륜 6단 변속기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ZF의 과도한 라이센스 비용 요구 등 각종 장벽으로 공동개발 계획을 수정, 2004년부터는 그 동안 쌓아온 변속기 제작 노하우를 활용, 연구와 투자를 강화해 2000년대 중반부터 독자적으로 6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착수하였다.

당시 ‘기술의 혼다’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던 혼다가 5단 자동변속기 이후 “더 이상의 다단화는 필요없다”라고까지 언급한 만큼 6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연구?개발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6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었으며 현대차의 입장에서도 사활을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현대차가 ZF와의 제휴를 포기하고 독자적으로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것은 현대차의 변속기를 세계적 품질로 만들어 준 기술개발의 초석이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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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TG 6단 변속기

■ 기술 선점 단계 (2007년 ~ 현재)

○ 2009년 완성차 업체 3번째로 6단 자동변속기 독자개발 성공

현대차는 지난 2009년 1월 ‘그랜저 뉴 럭셔리’를 출시하면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전륜 6단 자동변속기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기존 4?5단 변속기를 대체해 성능 및 연비를 향상시키고 상품성을 높인 전륜 6단 자동변속기 독자개발에 성공해 세계 자동변속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특히,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완성차 업체로는 2006년에 개발에 성공한 도요타와 GM/포드 공동 개발이후 세계 3번째로 이뤄낸 성과였다. (* 2001년 7월, 독일의 ZF가 6단 자동변속기 최초개발)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현대차 변속기의 내구성과 직결감 부분에 불만을 제기해 왔고, 현대차 파워트레인 개발연구소는 이에 주안점을 두고 변속기를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가혹한 주행테스트를 거쳐 문제가 없을 경우 비로소 양산해 차량에 탑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내구성 향상은 변속기 내부의 각 부품 공급사들의 품질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의 노력이 빛을 봤다는 평가도 함께 받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부품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등이 이뤄져 이른바 ‘상생`의 좋은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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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 6단 변속기 내부

○ 전륜 6단 자동변속기

전륜 6단 자동변속기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양산중인 5단 전륜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6속화하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사이즈 및 중량이 커지고 원가가 상승함에 따라 신개념의 6단 자동변속기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는 기존의 5단 자동변속기 대비 부품 수를 62개나 줄여 무게를 12kg 감소시켰고 연비도 12.2%나 개선했으며, 300여 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특히 그랜저 3.3 모델 기준, 기존 장착된 전륜 5단 자동변속기 대비 독자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는 12.2%의 연비를 향상시켰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발진가속은 2.5% 향상, 시속 60km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추월가속은 약 11% 향상시켰다.

현대·기아차는 이후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쏘렌토R, 투싼ix, YF쏘나타, K7, 스포티지R, K5, 포르테, 아반떼, 엑센트, 벨로스터, 프라이드, i30, i40 등 경차를 제외한 모든 전륜구동 신차에 순차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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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차 업체 세계최초, 후륜 8단 자동변속기 독자개발

현대차는 2010년 10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인근 롤링힐스에서 열린 ‘현대?기아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다.

부품 전문 업체를 포함해서는 독일의 ZF, 일본의 아이신에 이은 세계 세 번째, 완성차 업체로는 세계 최초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성과이다.

BMW,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변속기 업체 ZF, 아이신 등의 제품을 사용하는 등 자체 개발에 앞장선 현대차와는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약 4년의 개발기간과 635억원의 개발비용을 투입하였으며, 55kg?m의 허용 토크용량을 확보해 고성능?고출력 엔진에 적합한 성능을 갖춘 세계 최고 단수의 변속기를 개발해냈다.

2011년 3월에는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차량인 ‘2012년형 제네시스’를 출시, 기존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적용되던 독일 ZF와 일본 아이신에서 수입한 6단 후륜 자동변속기를 대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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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 8단 자동변속기 구조

○ 후륜 8단 자동변속기

완성차 메이커로는 세계최초로 현대차의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후륜 8단 자동변속기는 가속성능 및 연비 향상, 부드러운 변속감(변속충격 감소), 소음 및 진동 개선 등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으며 127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현대차의 후륜 8단 자동변속기는 저점도 ATF(AUTO TRANSMISSION FLUID) 및 토크컨버터의 미끄러짐을 줄이는 적극적인 락업 제어를 적용해 연비, 가속 성능 및 직결감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 운전자의 편의성을 더욱 향상시킨 전자식 레버인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By-Wire)’ 시스템, 센서 및 배선 일체화(E-Module)을 통해 전장품의 신뢰성을 높인‘이-모듈(E-Module)’, 고강도 알루미늄 캐리어와 플라스틱 오일팬을 적용을 통한 경량화, 변속기내의 솔레노이드 밸브에서 직접 밸브바디 압력을 제어하는 기술 등 첨단 최신기술을 대거 적용해 운전 편의성, 응답성 및 변속감도 향상시켰다.

이와 함께 내구력을 개선하기 위해 고강도 기어강 소재와 내열성 및 내마모성이 우수한 마찰재를 적용했으며 자동변속기 일체형 케이스 적용으로 진동 및 소음을 개선, 조용하고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2012년형 제네시스에 탑재된 후륜 8단 자동변속기의 허용토크는 44kg?m로 기존 제네시스에 탑재됐던 6단 자동변속기 대비 연비는 6%, 발진 가속성능은 6%, 추월 가속성능은 6%가 향상돼 한층 강력해진 성능과 효율을 자랑한다.

2012년형 에쿠스에 탑재된 후륜 8단 자동변속기 역시 동급 자동변속기 중 세계최고의 수준의 허용토크 용량인 55kg·m를 확보해 타우 5.0 GDi 엔진과 같은 고출력 엔진에도 대응이 가능한 성능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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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파워텍 전경

■ 현대차 자동변속기 개발 역사의 의의

일본의 토요타는 1978년에 2차 오일쇼크라는 악재 속에서도 4단 자동변속기를 개발, 이를 탑재한 코롤라로 미국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반면 현대차는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일본의 미쯔비시로부터 설계도면을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 변속기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토요타보다 2년 늦은 2008년, 순수 독자 기술로 전륜 6속 자동변속기를 개발했다. 이는 토요타가 40여 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단 20년 만에 달성한 쾌거이다.

또한 현대차는 2010년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순수 독자기술을 통해 완성차 업체로는 최초로 개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변속기 부문의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현대차에서 개발한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현대파워텍에서 생산해 자동차의 본 고장인 미국의 크라이슬러그룹에 수출함으로써 변속기 부문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과거 크라이슬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미쓰비시, 그 미쓰비시로부터 다시 기술을 전수받은 현대차가 자동차 기술력의 본거지격인 미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에 그 기술을 역수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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