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파크(TP)가 정부의 지역전략산업 지원사업 종료를 앞두고 내년부터 새로운 지역산업 육성 책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데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다. TP가 전국에 지정된지 15년됐다. TP는 정부가 지난 1998년 지역별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영세한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지정을 시작했다. 당시 6개이던 TP사업자는 현재 전국에 18개가 설립돼 지역 전략산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내년부터는 이러한 테크노파크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운영비부터 자체 조달해야 한다. 이에 전자신문은 최근 전국테크노파크협의회와 공동으로 지역경제 밑거름으로 자리잡은 TP의 성과 조명과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산학연관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
- 변종립 지식경제부 지역산업정책관
- 장원철 전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충남TP원장)
- 배성열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 정만태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소장
- 이승완 서울프로폴리스 대표
- 사회 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TP가 지역산업을 튼실히 키우는데 나름 큰 역할을 해왔다. TP를 통해 성장한 기업도 부지기수다. 지역산업의 뿌리가 되고 있다. 지난 성과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부터 해달라.
△장원철(전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TP는 지역산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 그리고 지역개발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역 산업기반을 확충하고 기술기반 창업을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과거 공업단지 확충중심의 산업정책과 개별기업 중심의 기술개발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지역기술혁신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연구개발, 교육·훈련, 정보교류, 창업보육 등 기업과 관련한 종합적 지원기능을 수행했다. 연구개발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기술관련 인적·물적 자원을 결집해 지역경제활성화와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일조했다.
테크노파크는 이제 태동기와 성장기를 거쳐 새로운 TP 3.0시대를 앞두고 있다. 정책과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승완(서울프로폴리스 대표)=창업보육센터에 5년, 대전 TP 바이오벤처타운에 2년 간 포스트 BI로 입주해 있으면서 다양한 기업지원을 받았다. 창업보육에서 벤처기업을 졸업하면 생존률은 39%라고 한다. 이렇게 생존한 기업을 성장, 육성시키고 지원해주는 것이 TP의 기업지원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대전TP에서 R&D 지원사업과 장비활용사업, 포스트 BI 보육사업, 해외지원사업 등에 대해 지원받으면서 창업기업의 성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TP의 기업지원 사업이 없었으면 경제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어을 것이다.
-사회=TP가 지역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많이 했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한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얘기해 달라.
△배성열(한양대 교수)=TP가 외국 사이언스파크 등을 벤치마킹했지만, 성과 측면서는 외국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TP자체도 눈부신 성장을 했고, 지역기술혁신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TP가 처음 출발할 때 기존기업은 지원대상이 아니었다. 신기술이나 창업보육 등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가자는 것이 TP 역할이었다. 지금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분야까지 역할이 커졌다.
신기술창업육성, 기술혁신 거점역할, 산학연 네트워크 연계 지원 등 구심점 역할을 잘 해왔으나, 역량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타 부처 타 기관과의 협력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한 부분이다.
TP는 지역기술 혁신을 위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려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 다만 TP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데에는 중앙정부, 지자체의 애정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만태(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소장)=TP입장에서 본다면 패키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소, 중견기업 요구를 단계별로 구별해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TP 기능역할로써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기업에 전달하고, 지원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회=전국적으로 보면 TP에 대한 지원이 어느정도 이루어졌고, 지역에선 정착됐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미친 영향은 없나.
△변종립(지식경제부 지역산업정책관)=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시선에 차이가 있고,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걸 먼저 인식해야한다.
포스트 BI 중심이었던 TP에 지역산업 육성기능을 추가하다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태생적으로 다르게 됐다. 수도권 TP지원은 지역사업 취지상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다만 수도권 TP들은 지역 내 산업기반이 튼튼해 정부의 여러 기업지원사업을 공모, 수탁할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TP는 지역 브레인 역할, 기업지원, 관리와 평가를 직접 수행하는 종합적인 거점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TP를 지역산업 육성 거점으로 활용한 것은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얼마전 OECD가 발간한 한국의 지역산업정책 소개보고서도 우리나라 TP가 외국 사이언스 파크와는 달리 기술개발 외에도 인력양성이나 마케팅 같은 기업지원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현재 TP가 갖고 있는 현안도 있는 것으로 안다. 대안도 함께 얘기해 보자.
△장원철=충남TP는 설립된지 13년됐는데, 내가 제7대 원장이다. 임기가 3년인데 얼마나 자주 기관장이 바뀌었는지 알 것이다. 이 문제는 기관장이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TP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정책 방향성 모두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중요거점기관으로 된 것은 지자체와 정부 간 균형을 잘 이뤘기 때문이다. TP가 중앙 정책을 잘 받아들여 도의 방향성과도 동일하게 가고 있기에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매월 충남도 월례회의에 참석하는데, 처음엔 서로간 오해도 많았다. 사업 예산을 정부와 매칭펀드로 지원하는데, TP에 일방 지원하는 것으로 오해도 했다. TP가 지원하는 기업수도 한정돼 있다. 이제는 지원대상 기업을 다시 짜야한다. 털어낼 건 털어내고 가자.
△정만태=TP가 명실상부한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다소 미흡한 점도 있다. 중진공이나 중기청, 타부처 소속기관 등이 있는데, 기업은 TP가 모든 기관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길 바지만, 한정적이다. 정부에서 이를 정리를 해줘야 한다. 정책 기획이나 기업지원, 집행, 평가관리 등 전주기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각 기능별로 역할을 수행해왔다. 기능 간 연계성에서 다소 미흡한 면이 있다고 본다. 정책의 효율성과 성과를 제고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회=향후 TP 역할과 거버넌스 재정립 방향은 어떻게 가야한다고 보는지.
△배성열=관련된 중앙정부, 지자체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점이다. 거버넌스 문제는 TP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지금도 지경부, 지자체, 기초단체, 대학 등이 애매하게 얽혀있다.
거버넌스 확립에 지경부가 큰 역할을 했는데 과정만 보면, TP가 설립되고 별도의 전략산업기획단과 통합하면서 거버넌스 문제가 있었다. 산업기술국에서 지역산업국으로 TP가 이관되면서, 지역에 있는 각 센터들과 물리적으로 통합하면서 혼선을 겪었다. 현정부 들어 광역위원회가 생기면서 또 한번 혼선을 겪고 있다.
거버넌스 문제뿐아니라 수행하고 있는 사업 등도 혼선을 겪기도 했다. 예를들면 기술이전사업도 선도TLO(기술이전)사업과 혼선을 겪은 것으로 안다.
거버넌스 문제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TP 자립도 이기도 하다. 현재 자립할 수 있는 TP 수단은 임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TP가 안정적이라고 말하지만, 지원활동을 자체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TP가 완전하게 자립할 수 있고 여러 관계 주체로부터 확실한 인식을 받을 수 있으면 거버넌스 문제도 어느정도 자연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장원철=테크노파크 정책은 기존 시·도 행정구역 중심에서 광역경제권을 세계적 경쟁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광역경제권에서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R&D사업 위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반면 시·도 단위의 테크노파크를 통한 중소벤처기업 대상의 지원예산 규모는 축소됐다. 물론 중견기업 육성에 대한 정책 의지는 매우 높이 살만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중소기업 씨앗이 말라버린다면 앞으로 중견기업은 탄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역경제권과 테크노파크 간 역할 규정 등에 있어서도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으로 역할을 배분해, 그에 맞는 예산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내년 지역특화산업 육성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는 적정한 예산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종립=TP의 재정상황에 대해서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선발TP와 후발TP, 기술전문기관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나 TP역할, 기능은 다음 정부의 지역정책구도와 긴밀한 연관선상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예상하기 힘들지만, 광역선도사업이나 지역전략산업, 특화산업에서 지역전략산업을 빼고 2단계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안으로 신특화산업 지원사업을 구상중이다. 지역 향토지원 사업을 시·도중심으로 격상시키고 내용도 전략 및 광역선도사업과 다른 고용 창출형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기대하는 구도로 봤을 때 TP는 역할이 오히려 커지지 않을까 전망한다. 기존 TP 역할과 관련해 기존 시도지원 중심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TP의 기능 재정립과 관련해 몇가지 기본 방향성 정도만 언급하겠다. 현재 TP는 지역사업의 기획, 집행, 평가, 관리 등을 담당한다. TP가 커지다보니 본인이 수행한 사업을 평가도 하고 모니터링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TP는 사업을 계획하는 플래닝 기능과 사업집행, 관리기능이 주가 되고, 평가의 경우 별도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또한 지역 대학과 TP 연계가 잘 안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선 광역선도사업과 LINC사업(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단) 출범식을 봐 달라. 지경부와 교과부 장관이 자리를 함께 했다. 교육기관(대학)과 TP, 기업 간 협력 구도를 갖춰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TP 경영혁신 방향은 투명성, 효율성, 자립 세가지가 핵심이다. 방만한 경영도 있었던게 현실이다. 기존 사업들을 정부가 계속 지원할 부분과 TP가 각자 알아서 할 사업, 더 이상 수행하지 않아야 할 사업 등으로 재분류하는 작업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 경쟁을 통해 수탁사업을 최대한 확보해 내부 재정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P 자립성이 멀었다고 하는데,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수탁받아 자립도나 하드웨어(인력) 보강 등에 나서야 한다.
여러 기관이 수행하는 해외사업도 수탁해야 한다. TP에서 자체적으로 움직였으면 한다.
△이승완=TP가 지역산업을 육성하고 거점 역할을 잘 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지역육성 역할과 기업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전략사업이 지자체장이 바뀔 때 마다 사업의 기본틀도 바뀐다. 대전의 경우 나노산업을 집중지원 하니까 상대적으로 바이오 사업 지원이 위축된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관련전문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부서가 축소돼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가 없다.
한 예로 해외마케팅 지원 사업 중 대전 TP가 말레이시아 TP와 바이오 기업을 5년간 지원해 신뢰있는 기관들로 하여금 인프라를 잘 구축해줘 기업들도 말레지아 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됐었는데 사업지원이 끊겨 도루묵된 사례도 있다.
-사회=TP 역할은 기업지원이 핵심일 수 있다.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세가지를 꼽으라면.
△이승완=매출이 첫째다. 마케팅에 대한 지원은 필수다. 둘째 기술력이다. 기술력은 미래가치 기준이 된다. 셋째 우수한 인력이다. 지역에서는 우수인력에 대한 갈증이 크다.
10년 이상 벤처 기업들은 당면 문제가 공장 설립에 필요한 값싼 공장 부지 공급과 자금 그리고 기술개발을 위한 R&BD 지원일 것이다.
-사회=TP 에 대해 조언해 달라.
△변종립=향후 TP운영시 내실경영과 투명성이 동시에 고려됐으면 한다. 지역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5년만에 실시한 감사결과 내부적인 회계처리 등에 허점이 발견돼 많이 아쉬웠다.
△장원철=테크노파크는 큰 틀에서 산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특정산업,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산업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중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테크노파크는 각 지역에 맞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한 사업추진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정만태=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일자리와 복지는 `지역성`이 강한 주제이다. 지역정책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TP가 지역 일자리 창출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TP가 지역혁신거점기관으로서 역할을 명실상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내부 구성원들의 내부 역량강화도 필요하다.
정리=신선미 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