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기술원 초정밀광학연구센터 실험실 현장. 깜깜한 실험실 한켠에 자리잡은 적외선 광학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의 전원이 켜지자 모니터에는 기자를 포함해 4명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캡쳐됐다. 한국광기술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적외선 광학렌즈가 사물의 방출 적외선을 실시간 탐지해 영상신호로 전환한 결과다. 육안으로 물체인식이 어려운 영역에서 적외선 광학렌즈는 붉은색·푸른색으로 변하는 신체온도까지도 선명하게 나타냈다.

주로 군사용으로 활용되던 적외선 광학렌즈 시장이 4조원 규모의 민간 분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적외선광학렌즈 원천기술의 경우 카메라렌즈를 비롯해 의료기기, 자동차, 보안산업 등 광학계 거대시장을 여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광주기업 3곳 광학렌즈 기술력 독보적
광학렌즈 연구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민간기업들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전국 적외선 광학렌즈 분야 관련 이오시스템 등 국내 방산업체 10여 곳이 광학소재 직가공법을 이용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한참 못미친다. 제대로된 상용화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광주지역 3개 기업이 유일하다.
야간투시용 첨단렌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미국 RMI는 광주 외국인투자지역에 4000만달러를 투자해 한국법인 피닉스텍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야간 투시용 광학렌즈 원천소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완공한다.
광주 첨단산단에 위치한 프리시젼옵텍스도 50억원을 투자해 초정밀 렌즈가공기 등을 생산할 양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R&D는 광기술원이 전국 주도
광학렌즈 분야는 한국광기술원 초정밀광학연구센터연구팀이 R&D를 주도하고 있다. 이 팀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금형코어 성형방식을 활용한 야간감시카메라용 적외선 비구면 광학렌즈를 개발했다. 2단계 금형코어 성형기술을 적용해 공정 시간과 제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양산기술이다.
광기술원은 특히, 지식경제부로부터 산업기술 연구기반 구축 신규사업으로 `적외선 광학렌즈 기술개발 및 산업화지원 사업`을 수주받아 지난해부터 연구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5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300억원을 투자해 핵심공정 기술과 특성 측정평가장비 등을 구축한다.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김선호 한국광기술원장을 비롯한 박춘봉 한국광학기기산업협회장, 황보창권 한국광학회장, 조규종 한국광산업진흥회 부회장 등 50여명의 전문가가 모여 `적외선광학렌즈 기술교류 연구회`를 발족했다.
문금주 광주시 경제산업국장은 “미래 성장산업인 적외선 광학렌즈는 정부와 민간의 육성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며 “10년후 적외선광학렌즈가 대한민국 대표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민간시장 초기 단계…성장세 빨라
국내 적외선광학렌즈 시장은 90%가까이가 개인용 열상화기와 전투용 헬기 등 군수 분야에 한정돼 있다. 군수시장 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하지만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민간시장의 경우 의료장비와 자동차, 야간감시CCTV 등에 적용되면서 해마다 25%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반면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적외선 원천소재부터 카메라시스템까지 전 분야에 걸쳐 기술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 라이트패스와 벨기에 유미코르, 독일 바이트론, 일본 옵토크리스탈 등은 비구면 광학렌즈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도요타, 혼다, GM, BMW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도 2000년도 초반부터 차량용 나이트비전(Night-Vision) 개발에 나서 상용화했다.
김정호 한국광기술원 광정밀연구사업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이 2020년까지 9000억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 올리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