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129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불려갔다. 당시 은행권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담합 의혹과 대출문서 조작, 학력 차별 대출, 금융노조 총파업 등과 같은 뜨거운 현안이 많았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 표명이 있을 것으로 은행장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 은행장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하나, “일선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달라”는 것 뿐이었다.
경제인 출신답게 이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업 사정이 나빠질수록 얼마나 은행 문턱이 높은지 잘 알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통령의 특별 주문이 나온지 한 달 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이번엔 금융지주사 회장단을 불러 모았다. 지난 8월 2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주요 금융지주회사회장 간담회` 다.
대학 졸업 직후 삼성물산에 다니다, 무역회사(주제실업)를 창업했던 이력의 소유자답게 김 위원장은 이날 “경쟁력 있는 수출 중소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기연장, 신규자금 지원 등 적극적으로 자금지원을 해나가야 한다”고 각 지주사 회장들에게 당부했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참여한 `수출·투자 금융지원 대책`을 통해 오는 2014년까지 약 13조원, 이중 올해 말까지 약 7조원의 추가 금융을 수출업체 등에 집중 지원한다.
무역에 있어 이른바 `은행돈`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특히 자체 파이낸싱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은행이 수출금융을 일선 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전시 최전방에 탄약을 적시 보급하는 일 만큼이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게 무역업계의 목소리다.
무역금융 잔액 추이 (단위: 억달러)
*매입외환: 국내 수출업자가 발행한 수출환어음을 소구 조건(수입자의 지급불이행시 수출자에게 대금 청구)으로 매입
*수입유산스: 신용장 개설 후 외국 수출업자가 발행한 수출환어음을 인수하고, 어음기간동안 수입업자에 신용공여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