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2개월째 상승해 휘발유 평균가격이 2000원 넘어서자 시민단체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5일 석유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7월 16일 1891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2개월 넘게 상승해 현재 2025원을 기록했다. 올해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88원으로 지난해 1929원보다 59원 올랐다. 특히 지난 2월 27일부터 6월 2일, 8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총 108일간 휘발유 가격은 2000원을 상회했다.
지난 4월부터 `유류세 인하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는 납세자연맹은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가 사치품이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높은 세금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연말 대선에 맞춰 유류세 인하를 중심으로 간접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각 후보자들의 공약에 반영시키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유류세를 대폭 인하해 지나치게 높은 간접세 비중을 줄이고 조세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다음 정부에서는 꼭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시민모임도 유가 변동에 따른 탄력세 조정과 유류세에 포함된 기타 항목 중 유류세와 관계없는 항목은 분리하라는 주장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유류세 인하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재량에 의해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탄력세율을 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류세 탄력세율은 유류가격에 붙는 교육·환경세 등 각종 세금에 대한 세율을 최저 -30%에서 최고 +30%까지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한 세율이다.
정부는 휘발유 평균 가격이 1584원이었던 지난 2009년 휘발유 ℓ당 475원의 교통세에 11.37%(54원)의 탄력세율을 적용했다. 그 이후 2010년 1709원, 2011년 1929원, 2012년 1988원으로 휘발율 가격이 계속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탄력세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정부가 탄력세율 인하조치만으로 현재의 휘발유 가격을 ℓ당 300원가량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교통세에 법정 최저 탄력세율 -30%를 적용할 경우다.
소시모는 지난해 고유가 시에도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을 내리지 않고 저유가 시 부과하던 세율을 유지해 유류세를 전년보다 9779억원 더 걷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조세제도 중 가장 큰 문제점이 유류세를 포함한 간접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라며 “대선시즌에 맞춰 각 정당 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류세 인하 운동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