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표준특허 확보 수준이 미국·일본 등 특허 강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제 표준특허는 국가 특허 경쟁력에 비유된다. 질(質)보다는 양적 특허 확장 결과로 해석된다.
4일 전자신문이 한국특허정보원 표준특허센터에 의뢰해 주요 표준화기구에 등록된 표준특허 현황(6월 말 현재)을 파악한 결과, 우리나라의 표준특허 확보 비중이 0.6%에서 8.3%로 일부에 그쳤다.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 특허로는 514건이 등록된 가운데 우리나라 보유 건수는 3건(0.6%)에 불과했다. 일본이 절반 이상인 273건(53.1%)을, 미국이 142건(27.6%)을 보유했다. 우리나라는 독일 31건(6.0%) 영국 24건(4.7%) 네덜란드 14건(2.7%) 등 유럽에 밀려 9위에 머물렀다.
국제전기표준회의(IEC)와 ISO/IEC JTC1 국제표준에서도 각각 160건과 82건으로 각각 5.7%와 3.3%에 그쳤다. ISO/IEC JTC1은 ISO와 IEC가 정보기술 국제표준화 작업을 위해 만든 단체다. 두 국제표준에서 미국은 각각 974건(38.7%)과 1032건(37.0%)으로 가장 많이 보유했다. 우리나라 순위는 IEC에서 유럽과 일본·호주에 이어 7번째, ISO/IEC JTC1에서 5번째였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통신표준화 부문(ITU-T)과 전파통신부문(ITU-R) 순위도 6위(86건)와 4위(34건)였다. 순위는 높지만 비중은 3.1%(ITU-T)와 5.2%(ITU-R)에 그쳤다. ITU-T는 미국이 36.4%(1015건)로 가장 많이 보유했다. ITU-R에서는 일본 특허 비중이 64.1%(418건)였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표준 특허 확보 비율도 1.7%로 미국(45.7%)·프랑스(21.7%)·일본(10.1%) 등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가 인정한 표준특허는 우리나라가 2386건(8.3%)을 보유해 일본(1203건, 4.1%)을 앞섰지만, 미국(1만4473건)·스웨덴(3590건)·중국(2435건)에는 뒤졌다.
전문가들은 특허 출원 건수가 많아도 표준특허 채택 비율이 낮다는 점을 문제라고 본다. 국별 특허출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17만8924건으로 미국(50만4089건) 일본(34만32610)의 3분의 1과 2분의 1 수준이다. 건수에 비해 특허전쟁을 펼칠 무기는 적은 셈이다.
표준특허 확보 비중이 낮은 배경으로는 기업 인식 부족이 많이 거론된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은 “국제 표준특허 확보를 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는 삼성·LG·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도만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윕스 상무는 “표준 특허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출원 단계에서 표준특허 항목을 고려해 등록해야 한다”며 “표준특허 출원 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응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국제 표준특허 확보를 위해 대기업은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하고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표준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 확산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제 표준특허=국제 공식표준으로 정해진 기술 구현을 위해 필요한 특허다.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로열티 수익이 발생한다. 특허 시장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 국가 기술무역수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예컨대 EU 기업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표준특허를 대거 보유해 우리 기업의 로열티 부담이 크다. 최근 기업 간 특허분쟁이 표준특허를 대상으로 이뤄져, 특허괴물(Patent Troll) 등 특허관리전문회사를 중심으로 표준특허 확보 전쟁이 펼쳐졌다.
【표】주요 국제표준화기구 국가별 표준특허 확보 현황
※자료:한국특허정보원 표준특허센터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