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꿈의 초고해상도 UDTV를 놓고 TV 제조사와 지상파 방송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방송사가 UDTV 방송 수혜자는 제조사라는 점을 내세워 투자비 분담 등 제조사 역할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지털전환과 스마트TV 출현 등 새로운 방송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나타났던 `TV 제조사 책임론`을 되풀이할 조짐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UDTV 제작과정에 드는 막대한 투자비 등을 이유로 제조사 역할론을 제기했다.
TV 제조사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UDTV 방송에 필요한 재원 일부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KBS 고위관계자도 “KBS가 UDTV 국제 표준을 위해 노력하지만 방송사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산업 규모가 큰 단말 제조업체와 함께 노력한다면 국제 표준을 빨리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사가 UD 방송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일본과의 경쟁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TV 제조사는 이에 대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역할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논의 자체가 필요 없다는 분위기다.
UDTV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차세대 TV다. TV 수상기뿐 아니라 관련 방송 콘텐츠, 장비 확보가 필요하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UD 콘텐츠와 시범방송 등에 투자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UD 방송장비와 시범방송, 콘텐츠 제작에는 큰 비용이 든다. 지상파 방송사는 자체 조달 재원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UD방송의 실질적 수혜는 TV 제조사인 만큼 일정부분 기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KBS와 LG전자는 다음 달 초 UDTV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관련 협의 창구 자체를 두지 않았다.
제조사는 UDTV 서비스가 철저히 방송사 몫이라는 주장이다. 서비스에 필요한 좋은 TV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협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서비스 주체와 단말기 제조업체는 엄연히 각자 역할이 있다”며 “불필요하게 제조사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관련 산업 발전에 좋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제조사는 국내 UDTV 방송에 보조금 지급 등을 하게 되면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같은 책임을 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직접 개입해 조율할 계획이 없다. 송경희 방통위 전파방송관리과장은 “정부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위해 KBS에 UDTV 사업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KBS에 직접 재정지원을 하거나 제조사에 임무를 부여하는 것을 포함해 아직까지 정부가 나설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HD의 4배 해상도를 자랑하는 UDTV 개발과 콘텐츠 도입에 속도를 냈다. LG전자는 3840×2160 해상도 84인치 UDTV 판매를 이미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관련 제품 개발까지 마쳤다. KBS가 주축인 지상파 4개사는 UDTV용 콘텐츠를 개발한다. 4사는 UDTV 송신설비를 관악산에 9월 말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KBS는 지난주부터 `UDTV 실험방송 태스크포스(TF)`도 가동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방송 규격과 콘텐츠 및 전송기술 표준화 등을 선점하는 효과가 중요하다”며 “불필요 논란을 키우기보다 협력 분야를 찾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잘 조율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DTV(Ultra Definition Television)
HD의 4배에 달하는 해상도의 초고선명 TV다. 일본은 방송사·제조사가 함께 HD의 8배 해상도 TV와 방송을 개발 중이다. 콘텐츠 규격, 전송 시스템 등 국제표준은 아직 없다.
김승규·전지연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