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론은 `테크 시티(Tech City)` 조성 계획을 발표한다. 동런던 지역에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IT스타트업 생태계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런던 전체에서 서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 지역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이었다.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이 이 지역에 위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 동런던 지역에는 창고나 공장을 개조해 사무실로 이용하는 스타트업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시내 중심가에 IT 대기업과 금융기업이 많다는 점도 작용했다.
총리 구상은 즉시 실행에 옮겨졌다. 기업 투자자들을 위한 전용 비자가 개설됐고 조달 시장이 개방됐다. 스타트업을 위한 기업투자 촉진제도(SEIS) 도입이 추진돼 1여년 만인 올해 4월 시행했다.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테크 시티 투자기구(TCIO)가 지난해 4월 영국투자청(UKTI) 산하에 조직됐다. 기업과 투자자를 유치해 테크 시티를 유럽 최고의 테크 클러스터로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한마디로 `기술 창업 천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TCIO는 외국 직접투자 유치, 투자자 유치, 스타트업 홍보 등 3대 과제에 집중했다.
TCIO는 출범한 지 1년도 채 안 돼 37건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 인도, 중국 등 26개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개최, 1200개가 넘는 기업들과 접촉했다. 5월 현재 230개가 넘는 투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투자 외에 테크 시티 현지에 유력한 벤처캐피털이 상주할 필요성을 느낀 TCIO는 미국을 중심으로 벤처캐피털 유치 작전에도 나선다. 자라나는 스타트업을 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해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TCIO는 미국에서만 29개 벤처캐피털과 엔젤 투자자와 접촉해 이 가운데 4개 이상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테크 시티에 입주한 기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연간 25회 이상 영국과 해외에서 스타트업 행사를 개최해 정보 교류를 돕고 있으며, `멘토십 프로그램`을 개설해 창업 전문가들이 초보 창업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밖에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거나 미디어 노출을 지원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