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2부. 글로벌 창업현장을 가다 <4>영국, 유럽의 창업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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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출신 유하 코스키는 2008년 온라인 경매 사이트 `마드비드닷컴` 설립 후보지를 고민하다 핀란드와 독일·스페인 대신 영국 런던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창업이 쉽다는 게 매력이었다. 설립 4년만에 400만파운드를 투자 유치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코스키는 “4개국에서 모두 일해봤는데 영국이 가장 창업이 쉽고 빠르다”면서 “독일은 규제가 심해 창업을 위해선 한팀 변호사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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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영국 동런던 테크시티 지역에 위치한 한 세미나실에서 스타트업 창업 지원자들이 멘토로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 테크시티에는 이처럼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이 있어 창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 IT기업이 몰리면서 영국이 유럽 IT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2010년 동런던 지역에 `영국의 실리콘밸리`인 테크시티를 조성하고 IT분야 투자를 늘린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쾌적한 창업 환경이 조성되자 스타트업 창업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IT기업도 속속 런던에 둥지를 틀고 있다. 런던은 금융 중심이었던 산업 지형도까지 바뀌고 있다.

◇IT기업이 몰린다=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서밋-ICT 부문`에서는 기업의 IT 분야 투자계획이 쏟아졌다. 동런던에 위치한 테크시티에만 5개 회사가 투자계획을 밝혔다. 보다폰이 인큐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고 바클레이즈가 스타트업 종사자가 비즈니스 활동을 할 수 있는 `센트럴 워킹 클럽`을 열기로 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게임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글리`가 연구개발 센터를 열었고 이탈리아 창업지원업체 모닝부스트도 이 지역에 지점을 내기로 했다. 이밖에 벨파스트와 밀튼 킨즈·셰필드 등 영국 내 다른 지역에도 투자 발길이 이어졌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서밋에서 “정부는 영국을 유럽 최고의 기술 중심국가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천명했다.

올해 들어 세계 IT기업도 대거 런던에 둥지를 틀었다. 아마존은 지난달 23일 런던 글래스하우스 야드에 4만7000제곱피트 규모 8층짜리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개발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이곳에서 TV와 스마트폰·PC 등 다양한 기기에 호환 가능한 디지털 서비스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25일에는 페이스북이 런던에 기술개발연구소를 열었다.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이날 정식 오픈한 기술개발연구소는 페이스북이 미국 이외 지역에 연 첫 번째 사무소다. 26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용 콘솔게임을 개발할 게임 스튜디오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IT 기업 몰리는 이유는 편리한 창업 환경=영국에 입성한 창업자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은 창업하기 편리한 환경이다. 앞서 마드비드닷컴 사례에서 보듯 창업 절차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간소하다. IT 인프라도 잘 갖춰졌다. 유하 코스키는 “IT 창업자에게 인터넷 인프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좋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가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 `에스마켓`을 창업한 제이슨 트로스트는 “영국은 창업비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제로에 가까운 법인세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한 뒤 영국에서 가구 직매 온라인몰 `메이드닷컴`을 창업한 닝리는 “파리에서는 아무도 창업을 하려고 하지 않아 기업가로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면서 “런던에서는 모두가 창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말로 다이내믹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창업열기가 뜨겁다는 뜻이다. `라스트닷에프엠`과 `멘델레이` 두 업체를 영국에서 창업한 독일 기업가 스테판 글랜저는 “프랑스나 독일 기업은 자국 내에서만 시장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영국에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진출을 목표로 삼는다”면서 영국 창업가의 글로벌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다양한 창업 지원 기관이 존재하는 것도 초보 창업자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다. 올해 3월에는 구글이 `구글 캠퍼스`라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설립했다. 7개 층으로 이뤄진 이곳은 평소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스타트업과 투자자·대기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스페인 다국적 통신사 텔레포니카도 `웨이라 아카데미`라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런던에서 운영 중이다. 이달 초 설립 계획을 밝힌 보다폰 인큐베이션 센터도 창업 인재를 양성하고 투자유치, 마케팅 등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의지도 중요하다.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 투자기구(TCIO)를 설립하고 동런던 테크시티 구역에 스타트업과 글로벌 IT기업을 적극 유치, `클러스터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TCIO는 40명이 넘는 전문 멘토를 보유해 창업자에게 조언하고 있다. 연간 국내외에서 25회가 넘는 스타트업 이벤트를 개최해 스타트업이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대기업, 벤처투자자 등과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산업 관계자들을 물리적으로 모이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내도록 유도한다는 게 `클러스터 효과`의 핵심이다.

◇런던 산업 지형도가 변한다=영국은 강력한 금융산업 육성 정책을 편 대처 수상 이후 유럽 최대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했다. 특히 런던 중심에 위치한 `시티 오브 런던`은 우리나라 여의도와 비슷한 국제금융지구로,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BOE) 등 600여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시티 오브 런던은 지리적으로 테크시티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최근 재정위기로 금융산업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그 자리를 IT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시티)에 입주한 IT·미디어 기업 임차면적이 73만1000평방피트(약 6만8000㎡)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36만7000평방피트의 두 배가량이다. 상반기 기준 시티 지역 IT·미디어 기업 임차면적은 2009년 29만5000평방피트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다. 스카이프, 오라클, 익스피디아, 그루폰 등 세계적 IT 기업과 블룸버그와 뉴스코퍼레이션, 다우존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상반기 시티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기술을 사들이거나 멘토를 제공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IT·미디어 기업이 시티를 선호하는 것은 접근성과 인프라가 우수하면서도 임대료가 주변 지역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9년 이후 시티 지역 임대료는 평방피트당 42.50파운드에서 현재 55파운드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에 주변 지역인 코벤트 가든은 45파운드에서 65파운드로, 메이페어는 65파운드에서 95파운드로 뛰었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금융기관들이 자산을 매각하거나 직원을 줄이는 등 규모 축소에 나선 결과다.

덕분에 시티 지역에서 새로운 사무실을 임대하는 IT·미디어 기업 비중은 2007년 10%에서 올해 상반기 27%로 급상승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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