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인터넷실명제 위헌 판결은 규제 일변도 인터넷 정책의 문제와 한계를 제대로 밝혀냈다.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은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로 나왔다. 그만큼 인터넷 실명제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정책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헌재는 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공익 효과가 명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실명제 실시로 불법 정보 게시가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실효성에도 의문을 던졌다. 신원 노출로 네티즌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국내 사업자는 해외 기업이 받지 않는 역차별까지 받는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 요소는 도입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명예훼손죄 등 기존 법체계에서 인터넷 악성 댓글을 제재할 수단이 있는데도 누구나 본인 신분을 밝히라는 인터넷 실명제를 고집했다. 인터넷 실명제에 실망한 일부 네티즌은 외국 서비스로 계정을 옮기는 사이버 망명까지 선택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한국 인터넷 실명제 관련 기사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은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인터넷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다”면서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 고발자에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은 미국의 소설가 헨리 L 멘켄의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회 문제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게임 셧다운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행정 편의주의 규제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터넷 실명제 연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