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조정한 전망치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금의 경제 위기를 대기업과 대외경제 의존 중심의 보수적인 대안으로 극복했다가는 우리나라를 영원히 국민소득 2만달러의 이류 국가에 머물게 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 고민과 선제적 투자를 위한 정부의 혁신적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중소벤처와 창의력으로 일궈낼 수 있는 융합 기반 신창조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말이다.
영국은 1998년 `창조산업전략보고서`에서 창조산업 육성을 국가 과제로 채택한 이래 창조산업을 국내총생산(GDP) 중 5.8%를 차지할 만큼 큰 신성장동력으로 성장시켰다. 영국 창조산업 육성전략은 미국·중국·일본 등에 영향을 줬고 창조산업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창조산업은 전통적으로 문화산업, 디자인산업, 그린테크놀로지, 관광산업, 패션산업 등을 포함하지만, 최근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 느낌과 같은 영역을 산업화 소재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신창조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지배하는 애플·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의 기업은 대부분 소프트웨어(SW), 콘텐츠, 아이디어 등을 토대로 한 창조 역량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융합형 신창조산업은 전통적인 산업 영역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새로운 창조적 제품을 만들었고, 이로써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성공시킨 사례가 속출했다. 융합형 신창조산업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창조산업은 우수한 문화적 기반과 IT 기반을 활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유산과 한류, 우수한 인적자원, 높은 수준의 IT 등을 잘 융합한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임이 분명하다.
이에 일자리 창출과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신창조 뉴딜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인재 양성 혁신이 필요하다. 신창조산업은 창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인재가 성패를 좌우한다. 여기에는 어린이에서 청소년, 청년, 여성, 구직자, 직업 전환자까지 거의 모든 인력의 창조적 역량 배양, 융합역량 개발 등을 위한 교육 환경 혁신이 필요하다.
둘째, 신창조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예산 투입과 예산 집행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 신창조산업군은 전형적인 창조산업 범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 창출, 스마트기기와의 융합, 전통산업과의 융합, 한류와 외국 문화의 융합 등 그야말로 창의역량에 따라 무궁무진한 범위로 확대가 가능하다. 이는 정부의 대규모 선제적 투자와 유연한 집행으로만 개척이 가능한 영역이다.
셋째, 불공정 거래와 수익배분 구조의 개선이 절실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콘텐츠공급업체(CP) 수익 배분 비율이 개선됐다. 그러나 아직 선도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할 법제도와 엄격한 집행체계가 요구된다.
넷째, 지역별 융합형 특화 창조산업 클러스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별로 특화 클러스터를 구축해 독특하면서도 잘 보존돼 강점을 갖춘 전통문화, 디지털콘텐츠, 케이팝, 영화, 관광 등 지역별 대표 창조사업을 발굴·육성할 때 비로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업을 일굴 수 있다.
이외에도 창조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저작권 보호, 거대 사업자의 글로벌 시장 선도를 위한 상생모델 확립, 한류와 융합을 통한 지속가능한 글로벌 시장 창출, 대규모 국가디지털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와 제작 스튜디오나 응용기술 등의 창작인프라 구축 등 대안 마련도 요구된다.
대기업과 수출로 위기 극복이 어려운 지금, 문화유산과 지식 및 SW 기반의 신창조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신창조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재원과 추진 전략을 포함한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 계획이 요구된다.
노규성 부활IT강국운동연합 대표·선문대 교수 ksnoh@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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