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우수연구원 7명을 대상으로 정년을 기존 61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KIST는 조만간 이들에 대해 인사발령을 낼 계획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 정년연장에 첫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른 출연연은 선별적 정년연장이 연구원끼리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기를 꺾을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다.
20일 KIST에 따르면 자체 정년연장심의위원회가 우수연구원을 대상으로 선정 작업을 벌여 7명의 연구원을 정년연장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연구원은 올해 퇴직을 앞뒀으나 정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4년을 더 근무할 수 있게 됐다. KIST측은 “선발된 연구원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우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며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IST는 정년연장 기간 동안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연장 기간 동안 61세 급여의 90%를 지급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명 늘어난 9명까지 정년연장 우수연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KIST의 결정은 정책도입 9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정부 정책도입에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연초 정책도입과 함께 정년연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연말까지 기관별 시행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각 기관은 우수연구원 선발 기준과 인원에 대해 연구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정년연장 선발 대상은 책임급 7년 이상인 정규직 연구원으로 한정한 것이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연구원을 선발해 정년을 연장하는데 따른 신규인력 채용감소도 우려된다. 한명의 고액 연봉자가 정년을 연장하면 제한된 인건비 내에서 젊은 직원 채용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이 요구하고 추진했던 정년연장은 반납했던 기간을 다시 돌려달라는 것인데 정부의 선별적 적용방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연구노조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는 정년 연장에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외환위기 때 65세에서 61세로 낮춘 정년을 연구원과 행정직 차별 없이 모든 직군에 대해 환원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국과위 측은 “전체 연구직 1만명 가운데 매년 1% 인력에 대해 정년을 연장하면 사실상 모든 퇴직 연구원이 혜택을 본다”며 “이것이 모든 연구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수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