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호 선생이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 첫 테이프를 끊은 지 46년이 흘렀다. 당시 `라이파이`로 인기를 끌었던 김산호 선생은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찰튼코믹스의 전속작가로 활동하면서 괴기만화, 무협만화를 발표했었다. 그로부터 46년이 흐른 지금, `K코믹스 세계화`가 만화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외 만화 전문가 3인을 통해 한국형 세계만화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을 들어봤다.
◇미국 마블 코믹스 세블스키 부사장
“처음부터 흥행을 보장하는 만화는 없습니다.”
C.B 세블스키 부사장은 “K코믹스의 세계화를 위해선 한국 만화가들과 출판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작품이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고, 그와 반대로 실패하는 사례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인들과 많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블로그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블스키 부사장은 지난 6년 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신진 만화가를 발굴하고 있다. 소위 스카우터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웹툰은 광고 플랫폼으로 매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했다. “웹툰이 네이버에서 유명해지면 다른 장르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서 “웹툰은 어떤 장르보다 OSMU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 만화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 만화는 일본에 비해 보다 천천히 읽게 만든다”며 “다만 일부 한국 작가들이 일본 만화를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호주 날지 스튜어트 캠벨 만화가
“미국 만화 `심슨네 가족들`도 한국 작가들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호주 날즈사 소속인 스튜어트 캠벨 만화가는 “심슨 만화가 한국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한국 만화의 경쟁력과 현주소를 말해 준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 16일 아이패드에서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양방향 학습만화를 출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캠벨 씨는 한국 작가들의 실험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 만화작가가 하루 평균 4페이지씩 작품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기술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만화를 OSMU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원작이 팬을 많이 확보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 만화가라면 적극적으로 해외 온라인사이트 문을 두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만화인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thefwa.com, webbyawards.com)도 추천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콘텐츠스쿨 교수
“우리 만화산업은 진취성과 다양성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박인하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세계 만화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진취적인 곳”이라면서 “일본과 중국을 비롯 미국·유럽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재미있는 만화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특히 디지털 만화 시대를 맞이해 스태프인력을 작가와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성공을 위해 필수요건이라는 말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만화 시장 규모가 커지 않아 해외 진출이 필수과제가 되고 있다”면서 국가별 전략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은 휴대폰만화, 중국은 학습만화 붐이 불고 있다는 상황도 소개했다.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만화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을 뿐 아니라 `WHY?시리즈`, `살아남기`시리즈 등 학습만화가 중국시장에서 상품성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작가의 개성이 넘치는 작가주의 만화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