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본격적인 IT융합의 시대가 문을 열었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IT융합 신기술 선점을 위해 2차 제조 산업과 3차 서비스 산업에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덕트 라인(SSPL)`을 도입했다. 이 국가들은 제품 출시시기를 단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조선, 가전 및 통신 등의 산업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SSPL을 융합해 세계 최고의 IT융합 산업을 꽃피울 수 있는 최적을 조건이 마련됐다. 이번호에는 마지막으로 제조·서비스 산업의 획기적 도약을 위한 SSPL 확산 전략과 추진 주체별 역할을 알아본다.
◇범국가적 역량 결집 필요=SSPL 활성화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한 선진국 사례를 보면 국가가 선도하고 범국가적 추진 주체들이 참여해 총체적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대 중반부터 SSPL 연구개발(R&D)을 추진했다. SSPL 아키텍처 기술을 개발한 아레스(ARES·1995~1998)와 프로세스에 중점을 둔 프레이즈(PRAISE·1998~2000)에 이어 9조원 규모로 2개의 유레카 ITEA(IT for European Advancement)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여기에 에어버스, 보쉬, 다임러크라이슬러, 노키아, 필립스, 지멘스, 탈레스 등 산업별 선도 기업들이 참여했다. 독일 프라운호퍼 IESE와 아일랜드 레로 같은 소프트웨어(SW) 공학연구소와 여러 대학도 합류했다.
미국은 국방부가 카네기멜론대학교 SW공학연구소(SEI)에 예산을 지원해 SSPL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SEI를 중심으로 한 SSPL 기술은 커밍스 디젤 엔진, NASA, 보잉, 미국 국방부 무기시스템 등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또 미국은 정부 주도 NITRD(Networking & IT R&D) 프로그램에서 SW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SDP(Software Design and Productivity)를 통해 아키텍처 중심 SW 생산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남가주대학교를 비롯한 SW공학 분야 선진 교육, 연구기관에서 SSPL 연구가 진행 중이다.
SSPL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SSPL 확산에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선 SSPL의 올바른 이해 부족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어렵다. 국내 성공사례와 기술적 인프라, 최고경영진의 도전의식이 부족하다. 내부 연구개발과 SSPL 융합감각을 지닌 인재도 필요하다.
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SSPL에 있어서 20년이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SSPL 인천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전략과 역량 결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협회·연구소·대학 별 역할 다양해=SSPL 확산을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 △원천기술 R&D △맞춤형 인력육성 △SW 및 시스템공학 성숙도 향상 △국제표준 선도 등 5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산학연의 범국가적 협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생태계 조성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SSPL 공통역량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 R&D를 선도해야 한다. 개별 기업의 단편적 접근으로는 SSPL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서야 대기업도 SSPL 도입에 나설 수 있다.
SSPL 인력 확보는 단기적으로는 재직자의 재교육, 중장기적으로는 대학에서 배출되는 신규 인력 확보에 의해 가능하다. 이들이 SSPL 생명주기 전반에 걸친 기반지식과 산업계 수요에 맞는 실무지식을 갖추도록 하는 육성책이 필요하다.
SW와 시스템공학 성숙도를 늘리면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제품의 기능과 품질의 50% 이상이 SW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역량성숙도모델통합(CMMI)과 같은 인증 획득에만 치중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SSPL은 검증된 SSPL 사례와 지식의 집합체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SSPL 표준을 주도하게 되면 합법적으로 선진구의 SSPL 기술을 개방시켜 빠른 시간 내에 국내에 흡수할 수 있다.
SSPL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추진 주체의 적극적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SW 산업 발전 측면에서 SSPL 도입과 확산을 위한 기초 R&D 지원, 제도 개선, SW 교육 강화 등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협회와 국책연구소는 인력 양성, 도구와 원천기술 개발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유관 기관과 대학에서는 기본역량 확보와 사례 확산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SSPL은 100년간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우리나라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G20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는 곧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핵심이 글로벌 산업 경쟁력에 있다는 얘기와 같다. EU와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SSPL을 발전시켜오면서 검증된 SW·시스템 기술과 관리 역량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SPL은 매우 높은 기술과 관리 성숙도를 요구한다. 그 복잡도가 매우 높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수준을 계량화한다면 100% 목표지점을 향해 우리나라는 약 33% 진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곧 67%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념할 점은 EU는 지난 20년간 정부는 물론 동일 산업군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쟁사들까지도 협력해 SSPL R&D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산학연과 정부가 각각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협력하면 글로벌 수준의 SSPL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SSPL 7대 기본전략을 정리하면 △대량맞춤생산 △혁신적 제품의 지능화 △제품 플랫폼의 최적화 △SW 개발공정의 자동화 △기업 가치와 SW 가치의 동조화 △수요에 부응하는 SW·시스템 인재육성 △글로벌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SSPL 생태계 조성이다.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회장은 “이제 우리나라가 여러 산업분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지혜와 집중력, 근면성을 SSPL에 쏟아 부어야 할 때”라면서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는 SSPL 역량을 10~20년 내에 대등하게 만들고 몇몇 분야에서는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쟁력을 갖춰야만 향후 100년 동안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지속적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고급 일자리 확보와 복지재원의 확충을 가능하도록 해 우리 후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SSPL 추진 추제별 역할
자료: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전자신문·한국SW기술진흥협회 공동기획
■자문위원: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회장, 김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이지현 대전대학교 교수, 김수옥 LG전자 상무, 박문구 삼정KPMG 상무, 김창선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전문위원, 김덕태 디티웨어 대표, 최무석 컨티넨털오토모티브 SW리더, 김광진 셈웨어 대표, 최종섭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현대엠엔소프트 서동권 기술연구소장, 박종하 SK C&C 팀장, 지창건 MDS테크놀러지 부장, 기창진 홍익대 초빙교수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