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대통령과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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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학벌 덕분에 튀는 성격이 저지른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지은 이 `심리학적 마케팅` 책을 보면 교수라는 직업이 좋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기업 실명이 여과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갖은 항의와 위협(?) 앞에 어지간한 언론사도 통상 `A사, B사`로 이름을 가려준다. 실명이 제대로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아주 분명해지고 흥미진진해졌다.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마케팅 기법보다 `소비자의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시장, 소비자를 소비의 3요소라 한다면 마케팅 조사 담당자들은 기업과 시장만 염두에 둘 뿐 정작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든 것은 영화 `빅(1988)`이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 조쉬 역을 맡은 이 영화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소년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보니 어른이 돼 있는 데서 출발한다. 완구회사에 들어간 조쉬는 신상품 기획회의에 참석해 마케팅 담당자의 시장조사 결과를 듣는다. 담당자는 각종 수치를 들어 `빌딩이 로봇으로 바뀌는 변신로봇`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모두들 결정을 못하는 사이 조쉬가 던진 한마디. “그런 건 하나도 신기하지 않아요!” 그는 대신 `선사시대 거대 곤충으로 변신하는 로봇`을 제안하고 사장과 중역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낸다. 물론 마케팅 담당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조쉬와 마케팅 담당자의 차이는 소비자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그 자신이 어린아이였던 조쉬에게 어느 장난감이 인기가 있을지 아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숫자에 매몰된 마케팅 담당자는 장난감을 구입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마케팅 기법이 알려주는 결과만 신봉했던 것이다. 저자는 국내 한 화장품 회사와 구두 회사, 라면 회사 사례를 들어 소비자 속마음을 잘못 읽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대한민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저자는 “쇼핑과 선거는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소비`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행위”라고 말한다. 책 제목이 `대통령과 루이비통`인 것은 이런 이유다. 모든 대선캠프에선 이 시간에도 `대선`이라는 시장에서 어떤 `후보(제품)`에게 `표(구매)`를 던질지 그 `소비심리`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설픈 정치기획으로 국민의 속마음을 도외시한 제품은 떨이로도 팔리지 않고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란 점이다.

황상민 지음. 들녘 펴냄.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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