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경영체제 개편의 핵심은 통신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육성이다. 통신은 기능 중심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노리고, 신사업은 자율성을 강화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롱텀에벌루션(LTE) 시장에서 실기하면서 경쟁사에 밀린 영업력을 회복하기 위한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별도 법인 분사를 잇따라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KT가 회기 중에 이례적으로 조직을 대수술한 것을 두고 이석채 회장이 대외 환경에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는 시각도 많다.
◇신사업 육성 vs 지주회사 사전포석=미디어, 위성, 부동산 분야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것은 3개 분야를 미래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규제산업인 통신산업 안에 여러 제약으로 인해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사를 통해 새롭게 육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개편으로 현재 KT가 KT그룹의 거의 모든 사업영역에 관여하는 집중형 구조가 분산형으로 바뀐다. KT는 통신과 전체 그룹의 관리만 맡게 된다. 향후 관리 중심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훨씬 수월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KT는 별도법인 설립 등으로 전체 임직원 3만여명 중 2만여명이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사 최초 유무선 통합 vs 영업부진 극약처방=KT의 유무선 사업부 통합은 국내 통신기업 최초다. KT는 유무선 결합상품이 늘어나는데, 이의 대응은 양쪽 사업부로 나뉘어 고객 불편이 많았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내놓는 쪽에서도 사업부별 입장 조율 등 불필요한 비용이 수반됐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지난 2009년 KT와 KTF 합병 후에도 유선과 무선 사업부로 나뉘어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된 것을 종식했다는 의미가 있다. 유무선 조직통합으로 두 회사의 물리적 합병을 넘어, 화학적 융합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KT 안팎에서는 LTE 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영업조직의 극약처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KT는 LTE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서 경쟁사에 무선 고객을 많이 빼앗긴 상태다. 전통적으로 강세인 유선 쪽과 영업조직을 지렛대 삼아 무선 쪽 고전을 타개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KT는 새로 출범하는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장에 표현명 사장을, 커스터머(Customer) 부문장에 서유열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표 사장은 무선 분야를 담당하는 개인고객 부문장을, 서 사장은 유선 분야를 담당하는 홈&고객 부문장을 맡았었다.
KT는 또 기존 윤리경영실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한 그룹윤리경영실장에 정성복 사장을, 신설한 가치혁신 CFT장으로는 송영희 전무를 각각 임명했다. 자리를 옮기는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권건호·황태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