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개그콘서트`는 어느새 국민프로그램이 됐다. 출연진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매주 많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일요일 저녁 늦게 끝나는 탓에 일상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에 비유되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등장인물 역시 종횡무진이다. 특히 `용감한 녀석들`은 상한가다. 이 코너 출연진은 어느새 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데뷔했다. TV CF는 물론이고 각종 공연과 행사에 섭외 영순위다. 소위 개그맨과 가수의 합성어인 `개가수` 활동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하다.
IT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개가수 현상이 있었다. 2000년대 후반 유행했던 디지털 컨버전스, 융·복합이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통신과 방송, 유선과 무선의 결합은 수많은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한 결과물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우려도 적지 않았다. 2007년 말 애플이 휴대폰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기껏해야 500만대를 판매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많았다. 본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지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콘텐츠 서비스 기업이던 애플이 차원이 다른 완제품 시장에서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5년 만에 애플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개가수의 노력은 시청자의 폭발적 반응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코믹함과 가창력 그리고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시대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무료 문자메시시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36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게 된 성공요인 역시 시대적 요청과 무관하지 않다. 공짜의 힘은 막강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수천만 사용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무료음성통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본업이 아닌 부업에 뛰어들자마자 이통사의 강력한 견제에 부딪쳤다. 바로 망 중립성 논쟁이다.
시대와 기술이 빠르게 변한다. 국가의 장벽은 무너지고 글로벌 시장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성을 지키려는 자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통신 분야에서도 `개가수 한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