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자가 통신망 구축에 외산 고스펙 장비를 잇따라 도입키로 해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경찰청이 지자체와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솔루션을 유지키로 했다. 전국망을 구축하는 공공기관보다 작은 범위의 자가망을 구축하는 지자체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이 이달 들어 전국 단위 초고속 정보통신망사업을 시작하며 전송부문을 원칙적으로 `MSPP(Multi Service Provisioning Platform)`로 제안할 것을 통신사에 요구했다. 이미 적용된 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MSPP는 광전송 기술을 토대로 이더넷을 수용할 수 있는 장비다. 국제표준 기술로 2~3년 전부터 보편적으로 쓰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MSPP를 포함해 전송 솔루션을 검토 중”이라며 “MSPP 이외 장비를 제안할 시 우수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앞서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지난 6월 국가 백본망인 국가정보통신망(K-net)을 업그레이드하며 MSPP를 도입했다. 이 사업은 전국 행정망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3년간 약 400억원이 투입된다.
전국망 구축 기관이 검증된 솔루션을 유지하는 반면에 단위 지역을 커버하는 지자체는 `캐리어이더넷`으로 불리는 차세대 장비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라북도, 경상남도는 지난해 캐리어이더넷을 적용해 정보통신망을 구축했다. 올해 들어 경기도와 경상북도가 캐리어이더넷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캐리어이더넷은 아직 국제표준이 완료되지 않았다. 국산이 없어 도입 가격이 MSPP에 비해 두 배 가량 비싸다. 이를 제안하는 통신사조차 아직 시범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들 지자체의 움직임을 두고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수용할 틀을 만든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지자체는)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당분간 캐리어이더넷까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자체가 기술 동향을 업계에 의존하다보니 최소 100억원 이상 예산이 쓰이는 국가사업이 통신사가 제안하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기관 정보통신망 사업에 참여 중인 정부 관계자는 “정보통신망 고도화사업에서 차세대 솔루션을 검토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스스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는 상황은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