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 <4부> 쟁점과 해법 / 방통융합부처 14년만의 결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논의는 벌써 14년 전부터 시작됐다.

방송과 통신이 모두 공공자원인 주파수를 활용하는데다, 기술 융합 로드맵이 이미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정부조직에서 통합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기존 업무영역을 관장하던 주무부처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정책을 놓고 방송과 통신 주무부처가 번번이 충돌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일이 허다했다.

방송과 통신업무의 통합은 시간을 거슬러 김영삼 정부에서 처음 시도됐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12월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했다. 청와대 주도로 급작스럽게 단행된 이 조직개편은 당시 국정과제로 떠오른 `세계화`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자는 취지였다.

정보통신부는 기존 체신부 업무에 공보처, 상공부, 과기처 등에 흩어져 있던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이관 받아 정보통신 전담부처로 재편될 계획이었다. 공보처에서는 지상파 방송업무를 넘겨받아 사실상 방송통신 융합부처의 탄생을 예고했다. 하지만 당시 오인환 공보처 장관이 청와대를 설득하면서 막판 업무이관 범위에서 빠졌다.

그 뒤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통신 기구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통합 논의는 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주무부처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논의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1997년에서 2004년까지 진행된 디지털TV 전환, 2004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IPTV 도입 등 주요 방통융합 정책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간 갈등으로 표류하는 사태가 자주 빚어졌다.

이 같은 갈등이 빈번하자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는 규제체계 개선, IPTV 도입, 법제·기구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 탄생의 산파역을 했다. 이 위원회에서 가진 회의만 100회가 넘을 정도였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의 논의 결과는 국회로 이어졌다. 2007년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IPTV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이 제정됐다. 그 결과 14년 남짓한 산통을 겪은 뒤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함으로써 정통부와 방송위의 이원화 체계가 종결됐다.

하지만 방통위는 여야 상임위원의 합의제 기구로 구성되면서 정치색이 짙은 방송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방송정책국과 융합정책관, 전파기획관 등의 사무가 일부 겹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방송법은 방송정책국이, IPTV법은 융합정책관에서 관장하면서 이슈가 터지면 업무가 중복되는 일도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오랫 논의과정과 경험을 통해 만든 방송통신 융합부처를 유지하되 세부적으로 방통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통신 융합 논의 과정

1994년 정보통신부 출범 때 지상파 방송 업무 흡수하려다 실패

1999년 방송개혁위원회, 방송통신 기구 통합 필요성 제기

2006년 방송통합융합추진위 발족, 100여 차례 회의

2007년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구성, IPTV법 및 방통위 설치법 제정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