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KDDI의 상생이 부럽다

다음 달부터 일본 KDDI의 `au 스마트패스` 가입자는 색다른 혜택을 누린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스티커를 공짜로 쓸 수 있다. 밋밋한 글 대신 재미있는 이미지로 다양한 느낌을 주고받는다. 작은 차이가 큰 감동을 만드는 훌륭한 아이디어다.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와 NHN재팬이 손을 잡아 나온 결과다. KDDI는 2011년 매출 50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이다. 기업 가치는 35조원을 웃돈다. NTT도코모에 이어 일본 통신 업계 2위를 굳건히 지킨다.

NHN재팬 2011년 매출은 2100억원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일본 현지 법인 중에는 꽤 성공한 편에 들지만 KDDI가 보기엔 시쳇말로 `듣보잡` 외국 기업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외국계 신생 벤처, 도저히 어깨를 나란히 하기 힘든 두 기업이 손을 잡았다.

두 기업의 제휴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단지 체급 차이뿐 아니라 업종 차이다. KDDI는 이동통신사다. NHN재팬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기능을 갖춘 메신저 라인을 서비스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KT와 카카오가 협력한 셈이다.

카카오톡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내에서 이동통신사와 모바일 메신저 업계는 견원지간이다. 힘의 불균형을 감안하면 카카오톡이 이동통신 업계의 융단 폭격을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통신 업계는 카카오톡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지고 재투자가 얼어붙어 서비스 품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카카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계속 괴롭히면 mVoIP 서비스를 접겠다`는 강수까지 던졌다. 두 진영 모두 충분한 설득력이 있지만 여전히 공존의 길을 찾지 못한다.

KDDI는 방법을 찾았다. 라인과 함께 성장할 지혜를 고민했다. 모바일 메신저와 mVoIP를 박멸 대상이 아니라 상생 파트너로 인정했다. KDDI는 고객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했고, NHN재팬은 KDDI 고객을 라인 회원으로 끌어들일 기반을 마련했다. 누가 봐도 `윈윈` 전략이다.

다카하시 마코토 KDDI 전무는 양사 제휴 자리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크게 변했고 라인은 그 상징적 서비스”라며 “서로의 장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KDDI는 고객의 변화를 읽었다. 다윗과 싸우는 골리앗이 되기보다 공존을 선택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동통신 업계와 카카오톡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고객 만족을 외치지만 속내는 자사 이기주의로 비친다. 바다 건너 KDDI의 상생이 부러울 따름이다.


장동준 콘텐츠산업부장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