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 논의와 검증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통신·케이블TV사업자는 국토해양부의 공중선 점용 허가와 점용료 부과를 골자로 하는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행정편의주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도시미관 개선이라는 공익비용 분담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일방주의적 행태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통신사업자는 당장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자치단체의 공중선 점용 허가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해 초고속인터넷사업자 3사의 가입과 해지 규모 695만건을 기준으로 올해 연간 근무일(253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2만7470건의 신청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전국 228개 시군구 등 지자체가 매일 120건씩 (공중선 신규 설치 등) 허가 신청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허가 지연으로 인한 폐해를 차치하더라도 처리 자체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공중선 점용 허가와 점용료 부과가 공중선 정비를 통한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공중선 정비 일환으로 공중선 지중화 비용을 연간 1000억원(2011년 1032억원)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사업자가 공중선 정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혜택은 전무하다.
학계 전문가는 “정부는 통신·방송사업자에게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명분 아래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종용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도로 기능 회복 등 도시 미관개선을 통한 공익 증진이라는 미명 아래 이들 사업자에게 부담을 추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실상 공익 비용의 분담을 민간에 요구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통신·케이블TV사업자, 한국전력은 국토부가 일본 사례만으로 점용료 부과 논리를 부여하는 게 전형적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캐나다와 호주, 영국 등 다수 국가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활성화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위한 투자 유인책으로 점용허가 및 점용료를 부과 하지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중선 점용 허가와 점용료 부과가 과도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과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추가 논의와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사업자는 물론이고 이용자가 모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이 수반돼야 입법 취지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 논란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