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불린다.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해 지역 유수 대학에서 우수 인재가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스타트업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Y컴비네이터(Y Combinator)·500스타트업·플러그&플레이 등은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창업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끝자락인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게임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가 크게 늘었다.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가 ICT·스마트산업 중심의 스타트업이 득세한다면, 동부의 보스턴은 바이오테크(BT) 스타트업 중심지다. MIT·보스턴대 등에서 우수 인재가 바이오테크 산업에 뛰어든다. 보스턴 BT산업은 날로 확대한다. 여기에는 미국 대형 제약사들이 신약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외부에서 기업 인수방식으로 조달해서다. 이들을 위한 벤처캐피털 자금이 대거 대기 중이다.
◆이스라엘
`나라 전체가 벤처`. 이스라엘을 표현하는 말이다. `스타트업 네이션` 이스라엘을 빼고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측면에서 이스라엘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스라엘의 국가적인 창업 역량은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이스라엘의 세계경쟁력 지수(GCI)는 22위. 하지만 국민 일인당 하이테크(High Tech) 기업 창업 수는 세계 1위다. 2008년 이스라엘이 조달한 국민 일인당 벤처캐피털 자금은 미국의 2.5배, 유럽 전체의 30배를 능가한다. 벤처캐피털 가용성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밖에 국민 1인당 R&D 총지출 세계 1위 등 혁신과 하이테크 분야 세계 1위 지표가 넘친다. 취재팀은 현지에서 만나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 벤처캐피털, 스타트업을 통해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와 열기를 전할 계획이다.
◆영국
영국은 발전한 서(西)런던과 낙후된 동(東)런던 간 경제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타트업을 택했다. 정치와 경제 중심이던 서런던과 달리 동런던은 이민자가 거주하면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뎠다. 창고나 공장 등 낡은 건물이 여전히 많다.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을 이곳에 지은 배경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이 지역에 `테크시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금융 중심가와 대기업 밀집지역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했다. 독특한 점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커뮤니티` 조성에 매진했다. 스타트업이 서로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이들을 금융회사나 대기업과 연결시켜 스스로 투자를 받고 아이디어를 매각하도록 유도했다. 이른바 `고기 잡는 법 알려주기` 방법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영국투자청(UKTI)과 테크시티 현장을 방문했다.
◆독일
오랜 세월동안 쌓아 온 장인정신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독일. 전통 제조업 강국 독일이 최근 변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스타트업 기업이 나타난 것. 로켓인터넷, 팀유럽 같은 기획형 스타트업 인큐베이팅(Incubating) 회사가 가장 먼저 만들어져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로켓인터넷 본사를 방문해 이 같은 형태의 회사가 출현한 배경을 들어봤다.
전통을 중시하며 기존 사업의 내실을 키울 창업가를 키우자는 목소리도 크다. 베를린 아들러스호프 지역에서는 전통 산업과 독일의 기업 문화를 지키기 위한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을 구제하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연착륙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인상 깊다.
◆캐나다
캐나다는 청년기업가재단(CYBF·Canadian Youth Business Foundation)과 대학 인큐베이팅센터를 찾았다. 출범한지 10년이 넘은 CYBF는 융자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융자사업이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멘토가 스타트업을 지원과 관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CYBF와 함께 라이어슨대에서 운영하는 인큐베이팅센터 `디지털미디어존(DMZ)`을 찾았다. DMZ은 캐나다 최대 경제도시인 토론토 다운타운 한 가운데 위치한다. 수십 개 팀이 입주해 있으며 대학 교수 등 지역 기업인이 멘토로 나선다. 입주 팀(기업) 상당수가 CYBF 자금 지원을 받았다. 수십개 팀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를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DMZ 입주 스타트업과의 인터뷰에서는 캐나다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노하우와 그들만이 추구하는 문화를 확인했다.
◆핀란드
핀란드는 `변혁`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핀란드 경제를 떠받치던 `노키아`란 대들보가 무너진 자리를 다른 산업으로 메워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클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경제구조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형태로 재편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작업 한 가운데 스타트업이 놓여 있다. 정부와 학계·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짧은 시간에 놀라운 속도로 세계적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한 점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앵그리버드`라는 세계적 히트작이 나오면서 핀란드 스타트업은 한껏 고무돼 있다. 내수시장이 적어 창업과 동시에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운명이 오히려 `글로벌 DNA`를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자금지원을 맡고 있는 정부기관 테케스와 인재양성의 요람 알토대학을 찾았다.
◆네덜란드
인구 1700만명, 면적 대한민국 3분의 1. 하지만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달러를 훌쩍 넘는 강소국가다. 중소기업이 전체 네덜란드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가 넘는다. 창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네덜란드인 창업 방식을 짚어 봤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다. 넓은 시야를 갖고 정부지원 사업 보다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1000여개 엔젤투자자, 중소기업협회 `MKB` 등 민간 차원에서 창업을 유도하고 지원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학창시절부터 창업 교육을 실시해 기업가를 키우는데 주력한다. 델프트 공과대학 창업지원센터 `예스(Yes)!델프트` 교육 프로그램을 엿봤다.
◆체코
동유럽 지역에서도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국인에게 동유럽은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구 공산권 국가로 인식된다. 특히 체코는 프라하라는 관광도시 말고는 마땅한 산업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 회사가 태동한다.
프라하 중심가를 조금 벗어난 프라하4구 롬니케호 7번가에는 지난해 IT 스타트업 회사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스타트업 `야드(Yard)`가 생겨났다. IT기업이 모여 있는 `테크스퀘어(Tech Square)`도 만들어졌다. 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중심 사업이지만 빅데이터 관리 프로그램 등 오히려 선진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경제 성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동유럽 국가 체코에서 모바일 산업 주류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도를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