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8 유출본 써보니 "환골탈태까진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8 제조사용 버전(RTM)을 미국 시간으로 지난 1일 내놨다. 제조사용 버전은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개발 단계에서 마지막에 해당한다. PC 제조사는 이 버전을 전달받아 회사 로고나 지원 기능을 담아 OEM 버전을 PC에 탑재한다. 제조사용 버전을 패키지에 담거나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하면 소매용(리테일) 버전이 된다.

다시 말해 제조사용 버전과 OEM 버전, 소매용 버전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는 차이가 없다. 개발자용 지원 프로그램 ‘MSDN’이나 IT 전문가 지원 프로그램 ‘테크넷’에 가입했다면 오는 15일부터 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윈도8을 출시 전 미리 써볼 수 있다. 일반 소비자용 윈도8은 오는 10월 26일에 출시되며 내년 초까지 업그레이드 프로모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 정식 출시 전에 유출? =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조사용 버전 출시를 공식 발표한지 만 하루도 안 되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출된 버전은 기업용 버전인 ‘윈도8 엔터프라이즈 N’이다. 제품 이름 끝에 붙은 ‘N’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가 빠진 버전이라는 것을 뜻하며 언어는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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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8의 정확한 버전은 ‘6.2.9200.16384’

당초 윈도8은 PC용 x86(32비트)·x64(64비트) 버전인 ‘윈도8·윈도8 프로’와 ARM 프로세서용 버전인 ‘윈도8 RT’ 등 3가지 버전이 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유출을 통해 기업용 버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유출된 파일은 부팅 여부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부팅 가능한 ISO 파일 용량은 3.2GB, USB나 DVD 부팅을 할 수 없는 파일 용량은 2.8GB다.

◇ 정돈된 아이콘, 시작메뉴 퇴출 = 유출된 버전을 인텔 3세대 코어 i7-3770K 프로세서와 DDR3 8GB 메모리를 탑재한 PC에 실제로 설치해봤다. SSD가 아니라 하드디스크를 썼지만 일단 윈도8을 실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USB 메모리에 설치 파일을 옮긴 뒤 설치하면 20분 안에 설치가 끝난다. 베타 버전때와는 달리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설치 직후 용량을 확인해 보니 19GB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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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 모양 ‘윈도8 스타일’ 인터페이스가 나타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팅시간이다. 같은 PC에 윈도7을 설치했을 때는 부팅에 35초 가량 걸렸지만 윈도8에서는 20초면 끝난다. 윈도7과 달리 부팅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SSD를 쓰면 부팅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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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시작 메뉴는 찾아볼 수 없다.

바탕화면(Desktop) 타일을 누르면 익숙한 바탕화면으로 빠져나갈 수 있고 윈도키+R을 눌러 실행 창을 열고 여러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왼쪽 아래에 있던 ‘시작메뉴’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윈도키를 눌러봤지만 다시 타일이 나타난 화면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1995년 윈도95 이후로 줄곧 화면 왼쪽 아래를 지키고 있던 시작메뉴가 17년 만에 완전히 퇴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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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언어 전환은 윈도키+스페이스바로 작동한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한국어 이외에 여러 언어를 설치할 경우 입력기(IME)를 바꿔가며 쓸 필요가 있는데 윈도7까지는 왼쪽ALT+SHIFT 키를 이용해 입력기를 전환했다. 하지만 윈도8은 윈도키+스페이스바를 눌러 입력기를 바꿔 쓴다. 공교롭게도 커맨드(Command)+스페이스바로 입력 언어를 바꾸는 OS X와 비슷한 방식이다.

최신 하드웨어에 필요한 드라이버를 거의 모두 기본으로 담고 있어 따로 드라이버 설치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베타버전이나 컨슈머 프리뷰에서 볼 수 있었던 프리징(멈춤) 현상도 사라졌다. 시작 메뉴가 사라져 어색한 점은 있지만 안정성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는 일단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 태블릿 설치하니 ‘터치로 다되네’ = 윈도8은 윈도7보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윈도 태블릿 ‘에이서 아이코니아탭 W500’에도 유출된 윈도8 정식버전을 설치해봤다. 10.1인치 터치스크린에 AMD 퓨전APU C-60을 썼고 32GB SSD를 달아 설치에는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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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8이 설치된 아이코니아탭 W500

USB 메모리로 윈도8을 모두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17분. 파일을 복사하는데 12분, 재부팅 후 각종 하드웨어를 알아채고 설치를 마치는데 5분이 더 걸렸다. 물론 SSD를 쓴 만큼 부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7초가 채 안 될 정도로 짧다. 역시 태블릿에 포함된 모든 하드웨어를 기본으로 알아채며 별도 설치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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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치로 모든 작업을 해결할 수 있다.

일일이 타일로 마우스 포인터를 가져가 클릭해야 했던 데스크톱PC와 달리 윈도 태블릿에서는 터치만으로 거의 모든 작업을 해결할 수 있다. 화면 오른쪽을 터치하면 설정 메뉴가 나타나며 왼쪽을 터치하면 이전에 실행됐던 프로그램으로 순서대로 나타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10도 태블릿에서 쓰기 좋도록 각종 버튼이 큼직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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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처로 암호를 입력할 수 있는 터치 비밀번호 기능.

그림 특정 영역을 정해진 순서대로 터치해 비밀번호 대신 이용하는 터치 비밀번호 기능도 편리하다. 각종 PC 하드웨어도 그대로 쓸 수 있는데다 머지않아 정식 버전이 공개될 오피스 15를 이용하면 터치 모드가 추가되어 보다 편리하게 문서 편집이 가능하다. 화면을 눌러 입력하는 스크린 키보드도 큼직해져 문자 입력이 더 편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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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지도는 마이크로소프트 빙맵을 써야 한다.

윈도8을 데스크톱PC와 태블릿에 설치해 써 본 결과 그동안 터치 지원이 미비했던 윈도7과 달리 터치만으로 거의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편해졌다. 윈도8의 진가는 데스크톱PC보다는 오히려 태블릿에서 더 잘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윈도7과 비교해 인터페이스가 크게 달라지면서 당황하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차차 적응하면 오히려 여러 번 클릭하는 것보다 더 편리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윈도8 설치 기기 사이에 콘텐츠나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 ‘스카이드라이브’를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데스크톱PC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구입한 앱을 저절로 윈도 태블릿에서 설치해주는 등 자동으로 동기화 시켜주는 기능은 찾을 수 없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윈도우8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대상으로 무료 교육, 테스트용 장비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오는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개발 대회도 연다. 하지만 뚜렷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

◇ 윈도8 특수 노리는 PC업계 = PC업계는 정식 출시가 2달 앞으로 다가온 윈도8이 PC 시장에 교체 수요를 가지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체형PC 생산 업체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키보드·마우스와 터치 인터페이스를 모두 쓸 수 있어 초보자나 전문가 모두 윈도8에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일체형PC 시장은 39% 성장한 1,450만 대 규모였으며 오는 2014년에는 2,330만 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울트라북 생산업체도 윈도8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시장조사기관 IDC가 밝힌 바에 따르면 상반기 전세계 울트라북 출하량은 고작 50만 대에 그쳤다. 2012년에 노트북이 2억 2,500만 대 팔릴 것이라는 IDC 통계와 비교해 볼 때 매우 미미한 수치인 셈이다. IDC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오는 10월 26일 출시될 마이크로소프트 새 운영체제 ‘윈도8’과 울트라북의 높은 가격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윈도8을 지장없이 실행할 수 있는 신제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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