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생활 속의 과학문화가 교육경쟁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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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치 경제의 슈퍼 파워인 미국·유럽·일본 등 기존 선진국 경제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신흥국의 약진이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첨단 과학이 요구되는 우주개발·정보기술(IT)·에너지환경 등에서도 돋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우주선의 도킹 실험에 성공하면서 우주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했다.

최근 대한민국 청소년이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한 것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다. 더구나 수학은 `학문의 아버지` `과학의 어머니`로 비유되는 만큼 이번 수상으로 우리 미래에 큰 희망을 걸어본다.

중국 추격에 긴장한 미국과 일본도 최근 과학기술 분야 선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국가 차원에서 수학과 과학 교육에 남다른 노력을 쏟고 있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학생이 수학과 과학을 잘하면 미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근본 대책으로 수학·과학 교사 양성을 위한 1억달러 규모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역시 미래 과학기술을 짊어질 핵심인력 양성으로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려고 최근 과기인재양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피아드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한 우리 아이들의 학습 방법을 들여다보면 수학이나 과학 공부가 성장 과정에서 문화적으로 체화됐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머니는 집에서 “건너뛰기 숫자놀이를 하자”며 아이에게 배수(倍數) 개념을 가르쳤고 아버지는 다리가 두 개인 사람과 네 개인 강아지 이야기를 하면서 놀이하듯 연립방정식을 설명했다. 이렇게 일상에서 수학을 취미처럼, 퍼즐처럼 즐기며 자란 아이들이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선 것이다.

이번 성과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수학·과학 교육에서 일상의 체험으로 흥미를 일으키고 그것을 문화적으로 체화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아이들 부모는 그들이 받아온 교육 경험과 그들이 익힌 과학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온전히 전승한 것으로 보인다.

수학·과학 교육은 교실 수업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국민의 삶 속에 과학이 문화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제3차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 계획 수립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문화 활동에는 과학적 마인드와 과학소양 제고를 위한 활동, 청소년의 과학교육과 우수인력의 이공계 진출을 도모하는 활동,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활동, 과학문화 사회공헌 관련 서비스 활동 등 다양하고 광범한 활동이 포함된다.

지난 40여년 간 우리나라 과학문화 활동은 이른바 과학 대중화로 통칭되는 과학 계몽 활동과 과학지식 보급, 국민이해 확산 위주로 펼쳐졌다. 하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사회 속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고 즐기고 나누는 자연스런 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활동이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거 과학문화 키워드가 `이해·확산·대중화`였다면 앞으로는 `소통·융합·나눔`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국가 중장기 계획에도 분명히 반영돼야 하며, 과학문화 활동의 내용과 방법의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hrkang@ko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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