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롱텀에벌루션(LTE) 망 도매제공과 선불 소매영업 축소를 결정하면서 이동통신재판매(MVNO)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LTE망 도매제공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 이통시장 주력인 LTE서비스를 통한 MVNO 활성화도 기대된다.
◇시장 주도 위한 포석=LTE 망을 도매제공하겠다는 SK텔레콤의 깜짝 발표는 앞으로 MVNO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MVNO 시장에서는 KT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MVNO 고객은 KT가 40만 명, LG유플러스 20만 명, SK텔레콤이 16만 명 수준이다. 여기에 KT는 대부분 후불 가입자인 반면, SK텔레콤은 대부분 선불 가입자로 질적인 차이도 있다.
이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내부적으로 LTE 도매제공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SK텔레콤이 전격적으로 LTE 망 도매제공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MVNO 시장에서 선도적인 이미지를 갖추고,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MVNO 본궤도 오르나=MVNO 시장은 서비스 개시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입자 100만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미온적이던 SK텔레콤이 MVNO 사업을 본격화하고, 타 사업자들도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SK텔레콤은 8월부터 단순 재판매 사업을 시작하며 후불 MVNO 활성화에도 나선다. 이르면 9월부터 SK텔레콤 MVNO 사업자들이 후불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보다 낮춘 새 도매대가도 가장 먼저 발표했다. 음성과 데이터 대가 모두 기존보다 낮아져 MVNO 사업자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상품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이 새 도매대가를 발표하면서 다른 통신사도 조만간 새 도매대가를 내놓을 예정이다. LTE 도매제공도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준비해오던 부분이어서 4분기에는 3사 모두 LTE 망 도매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 수급, 대가 인하 과제=LTE MVNO 사업이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말기 수급과 저렴한 도매제공 대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3세대(3G) MVNO 사업이 고전하는 것도 단말기와 도매제공 대가 때문이다. 최신 단말기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라서 통신사 보조금 없이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기가 어렵다. 저렴한 단말기는 제조사들이 출시를 꺼린다. 따라서 기존 이통사 고객이 약정기간이 끝난 후 MVNO로 이동하거나, 중고 단말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MVNO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도매제공 대가도 관건이다. 3G 데이터 도매제공대가는 1MB당 21원 수준으로, MVNO들은 원가 수준에서 겨우 데이터 정책요금을 구성할 수 있다. 데이터를 더 많이 쓰는 LTE에서도 3G 수준의 도매대가를 제공하면 데이터 요금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 MVNO 업체 대표는 “단말기 자급제가 자리잡아야 LTE MVNO도 활성화될 수 있다”며 “LTE는 데이터를 많이 쓰기 때문에 데이터 도매대가가 지금보다 낮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