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은행의 대출 서류 위·변조 사건으로 시중은행들의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전자문서 기반 `디지털 창구시스템`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 은행들이 현재의 종이문서 기반 서류처리 방식을 전자서식으로 바꾸는 디지털 창구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협에 이어 일부 시중 은행들이 올 하반기 시범 적용에 나설 계획이다.
전자서식 기반 디지털 창구시스템은 각종 신청·청약·대출 등의 업무를 전자문서로 처리한다. 은행 직원이 고객 서류를 손쉽게 위·변조할 수 있는 기존 종이문서의 보안 취약점을 디지털 창구시스템은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조작 수법도 종이로 된 고객 대출서류에 3년 만기라 적은 상환 기간을 은행 직원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은 후 `2년 2개월`로 수정하고 도장을 찍은 것”이라며 “이러한 방법으로 대출 기간과 금액 또한 변조했던 것으로 현재의 종이문서 기반 처리 방식은 보안 한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서식 기반 디지털 창구시스템은 고객이 전자서식에 정보를 입력·저장한 후 창구에서 스마트패드 등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전자서명을 하도록 돼 있다. 최종 서류는 공인된 문서보관소에 보관되기 때문에 은행 직원의 임의적인 조작이 불가능하다.
또 법적 효력을 갖춘 전자서명과 타임스탬프를 지원하기 때문에 금융거래 문서의 보안성과 진본성, 무결성 등을 보장한다.
현재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농협 등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농협이 유일하게 디지털 창구시스템을 도입했다. 농협은 지난해 말 양재남지점과 서대문지점 두 곳에 시범 창구를 구축했고 올해 전국 점포로 확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국민은행 위변조 사건 이후 농협에 이어 다른 시중 은행들도 디지털 창구시스템 도입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이미 올 하반기 시범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결제원과 7개 시중은행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자문서 디지털 창구시스템 도입을 위해 논의 중인 것도 시장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김정희 이파피루스 사장은 “지금까지는 은행에서 기존 종이문서 기반 시스템의 여러 한계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다”면서 “이번 국민은행 사건을 계기로 고객 서류를 더욱 안전하게 보존·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창구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돼 시스템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