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지난 3월 15일 보령화력 1·2호기 주제어실을 덮친 화마를 뚫고 핵심제어 프로그램을 회수한 직원의 외침이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회수한 프로그램에는 발전설비 내 모든 기기의 데이터와 파라미터가 저장됐다. 확보 여부에 따라 복구 일정이 6개월 이상 벌어질 수 있었다. 보령화력 화재복구 100일 신화는 몸을 아끼지 않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시작됐다.
주제어실 화재로 운전을 멈췄던 보령 1·2호기의 복구가 최종 완료됐다. 화재사고 직후 꾸려진 47인의 성능복구단은 지난주 모든 업무를 마무리짓고 각자 자리로 되돌아갔다.
지난 26일 찾은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발전 1·2호기 연돌은 연신 수증기를 뿜어낸다. 출력은 약 106만㎾(1호기 53만㎾·2호기 53만㎾)다. 원전 1기 분량의 전력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온다. 전력예비율로 치면 2%에 상당하는 양이다. 여름 전력수급기간 이전에 복구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지금 전력수급 상황은 더 위험했을 수 있다.
유성종 보령화력 제1발전소장은 “오히려 3·4·5·6호기보다 출력이 잘 나올 정도로 안정적으로 구동된다”며 “화재사고를 겪었던 설비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복구가 잘됐다”고 말했다.
보령화력본부 직원들은 보령 1·2호기 복구공사를 `100일 신화`라고 부른다. 발전업계는 물론이고 관련 기자재 생산업계조차 불가능하다고 한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현장작업을 이끈 김연광 팀장은 화재 직후 상황을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암흑천지로 회상했다.
주제어실을 철골만 남겨둔 채 모두 뜯어내고 철골보강공사와 함께 기자재 납기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 복구작업은 상생협력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협력업체인 아이스기술은 계약체결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다음날 바로 현장에 출동해 복구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선도전기 전경호 회장은 복구기간 병마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기 전 직원들에게 “납기 맞추기 힘드니 조문은 오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루에 마라톤코스 길이에 해당하는 40㎞의 케이블을 설치하는 강행군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지역주민들도 동참했다. 임락근 성능복구단장은 “발전소 주변에 `중부발전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작업자들에게 떡을 전달해주는 주민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1380㎞의 케이블을 새로 설치하는 대작업이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령 1·2호기의 설비 내 모든 케이블은 내화 제품으로 교체됐다. 광케이블 감지 센서, 공기흡입 감지기와 같은 첨단 화재감지 기술이 동원됐다. 바닥 패널 아래 전선화재를 소화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스프링클러 오작동 시 이를 수동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소방밸브실을 격실로 마련했다.
김관행 보령화력 본부장은 “복구작업으로 많은 직원들의 피로 누적에 시달렸지만, 반대로 성취감에 사기는 높아졌다”며 “하지만 이러한 신화를 다시 재연하는 일이 없도록 1·2호기는 물론이고 나머지 발전소에도 안전성 강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충남)=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