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조정능력 부재가 지상파 재송신 분쟁 반복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통위에 분쟁을 조정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방송중단 사태가 일어나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방송중단으로 시청자에게 피해를 끼친 데 대해 방통위가 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마는 것도 문제다.
유료방송 업계는 분쟁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방통위에 불만이 넘쳐난다.
케이블 업계 한 임원은 “방통위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면 방송 업계에서 인정받을 것”이라며 “지금은 너무 소신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임원은 “방통위가 지금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지상파 재송신 갈등이 있을 때 방통위가 좀 더 중심을 잡고 협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통위는 분쟁조정 기능을 갖고 있지만 방통위가 제시한 조정안은 아무런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 2월 분쟁조정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일부를 의결했다. 개선안 핵심은 `재송신 분쟁해결 절차 보완`과 `방송 유지·재개 명령권 신설`이다.
방통위는 현행 방송분쟁 `조정` 제도의 불응 절차를 폐지하고, 중대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직권 조정` 근거와 방송분쟁 관련 `재정` 제도를 도입해 신속한 분쟁해결에 나서게 된다. 또 재송신 분쟁으로 야기된 방송중단으로 인한 유료방송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송 유지·재개 명령권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개선안을 마련했는데도 방송법 개정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다. 법 개정 시 함께 담을 `의무 재송신 채널 범위`와 `재송신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12월에 `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지상파와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 간 벌어질 재송신 협상에서 또다시 시청중단 사태가 발생해도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가산정 기준이 없이는 조정권이 의미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수준의 대가산정 기준을 제시해야 양측이 이를 토대로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위원장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위원장이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과감하게 해결해보겠다는 자세가 아니라면 쌍방 주장 속에 묻혀 해결책이 요원하리라는 것이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방통위가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이를 근거로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가산정 기준에는 “기본적으로 의무 재송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먼저”라고 전제한 뒤 “의무 재송신이 아닌 지상파는 해외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 재송신료가 유료방송 가입자당 월매출액(ARPU)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이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