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는 전선이나 통신선을 늘여 매기 위해 세운 기둥이다. 전신주 혹은 전선주, 전주라고도 하지만 전봇대라는 표현만큼 친숙하지는 않다. 전봇대가 없으면 전기도, 통신도, 케이블TV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전봇대가 주요 시설이라는 인식은 부족하다. 전봇대가 쓰러져 교통 통제나 전력 공급 차질이 발생해야 존재감을 깨달을 정도다.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던 전봇대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건 지난 2008년 1월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선자 신분의 이명박 대통령이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교량을 건너는 커브길의 전봇대가 수년간 화물차 통행에 불편을 초래했다고 지적하자 이른바 `전봇대 뽑기`가 유행했다. 이후 현 정부 내내 전봇대는 불합리한 규제의 대명사이자 규제 개혁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정권 초에 이어 정권 말 다시 전봇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전봇대에 매달린 통신선과 전선 등 공중선에 점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도로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발표한 게 계기다.
국토부의 개정 취지처럼 보행자나 도로의 안전과 교통 장해 방지,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전봇대와 공중선을 정비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개정(안) 내용 자체가 이용자 부담 증가는 물론이고 과도한 규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법률 취지를 거스른다는 사실은 법원 판결로도 수차례 확인됐다.
불합리한 정도를 벗어나 황당하기까지 한 규제라는 평가에, 현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뽑았던 전봇대(규제)를 다시 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권 말기 불필요한 규제는 기업과 국민, 국가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기 정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