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가상발전소(VPP)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은 별도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 전력으로 관심이 높다. 많은 발전사업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지만 아직 신재생에너지는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 썩 좋은 발전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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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발전기(VPP)를 이용하면 소규모 분산전원도 대형 중앙발전소처럼 전력계통에 연동할 수 있다. 사진은 국가 전력계통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전력관제센터.

전력계통 운영에서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에너지원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력계통 안정성을 위해 발전소는 전력사용량이 많아질 때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수급대응력을 갖춰야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력계통에 연동했다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당장 계통 불안요인으로 둔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전력계통을 총괄하는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수요 예측이나 전력예비력으로 두지 않고 있다.

◇가상발전소, 분산전원을 중앙발전소처럼= 가상발전소(VPP)는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단점을 보완해 중앙 전력계통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소규모 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수 분산전원을 하나로 묶어 계통 운영이 가능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개념이다.

VPP 개념은 소규모 분산에너지원(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댁내 전력수요 절감)을 통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에너지 집합`에서 시작한다. 수요 자원과 분산전원,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원 집합을 하나의 발전소로 다루는 것으로 스마트그리드 도입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처음 전력시장에 소개된 것은 1997년이다. 그 당시는 가상설비(VU)라는 용어로 제안되었다. 이미 분산전원이 많이 설치·운영되고 있는 유럽에서는 이들을 VPP로 통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티클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VPP를 이용해 한곳으로 모인 분산전원은 중앙발전기와 같은 유연성과 제어성을 갖춘다. 별도 발전소 건설 없이 추가 전력 공급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10㎿ 이하 소규모 분산전원 설비는 중앙 계통에서 관리할 수 없지만 이들을 묶어 하나의 프로파일로 계획발전량과 증감발률, 전압제어 능력, 예비력 등을 가시화하면 계통 동원과 함께 전력거래도 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환경적 요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요시장에서 해당 전력량을 확보하는 식의 대체 운영도 가능하다.

분산전원은 미래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지만 자체만으로는 계통연동과 거래하기에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수가 많다 보니 전력거래와 계통운영을 위한 가시성이 없다. 실제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선에 그칠 뿐 해당 발전량을 중앙계통으로 끌어다 다른 곳으로 보내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이는 발전원이 모이지 않으면 분산전원이 증가하고 총 전력량이 아무리 늘어나도 이와 상관없이 중앙발전기는 계통 안전성을 위해 계속 운영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품질과 전압제어와 같은 협조제어도 어렵다 보니 신뢰도와 유연성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 계획 등으로 분산전원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VPP 개념을 적용하지 않으면 기대한 만큼의 성능을 발휘하기 힘든 셈이다.

◇VPP 국내 도입 `초읽기`=VPP가 분산 전원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특히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으로 계통운영자와 배전망 운영자가 분리되어 있는 국내에서는 망 운영 관리 측면에서 VPP 제어권한과 범위는 민감한 문제다.

분산 전원끼리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 전원이 통합한 만큼 전원별 공정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도록 계약관계·규제·인센티브제도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배전망에 연결되어 있는 분산전원 특성상 조류계산·상태추정·전압제어·고도화된 모니터링 툴은 필수다.

이를 위해선 수많은 분산전원 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돼 VPP 운영에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서는 최신 IT를 활용해 전기차·풍력·태양광·수요시장 자원을 모아 운영하는 VPP를 `발전중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발전소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자와는 다른 분산전원을 활용한 VPP 사업자 출현도 머지않은 셈이다.

VPP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혹서기·혹한기 때 연례행사로 벌이는 절전운동도 계측화해 절감량을 예상하고 계통운영에 반영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다른 의미의 VPP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발전소 캠페인도 VPP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제2기 국민발전소 건설주간에서 국민 절전역량을 상시·제도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기에 연장선으로 스마트계량기와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으로 국민발전소 건설을 뒷받침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절전은 수요시장, 에너지저장장치는 댁내 잉여전력 분산전원으로 이를 관리하고 계량화한 것은 곧 VPP 현실화와 의미를 같이한다.

VPP가 사업모델로 정착하면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도 전력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갖춰질 뿐만 아니라 전력예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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