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한국형 스마트그리드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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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전력망에 ICT(정보통신기술)을 적용,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과 사용을 유도하는 한국형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가 시작됐다. 미국은 노후 전력망을 신규교체 수준에서, 중국은 `스트롱(강한) 스마트그리드`라 명명하며 전력망 공급 효율성에,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하고 유럽연합(EU) 간 전력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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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 수립, 지능형전력망법 제정·시행, 제주실증단지 등을 통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기술 검증을 토대로 `제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촉진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향후 5년간 세부적인 지원 정책이 담겨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예산 1조7500억원과 민간자금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7400억원)·핵심기기 보급 및 실증사업(2조4000억원)·제도개선(4000억원)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보급은 곧 시장창출=스마트그리드 산업이 초기인 만큼 ESS·AMI·전기차 충전인프라 등 정부 보급 사업이 시장 창출에 포문을 열 유일한 대책이다. 정부는 한국전력을 통해 2016년까지 저압(일반용·산업용·주택용) 고객 1000만호에 AMI를 보급한다. 양방향 통신을 지원하는 AMI는 원격에 검침과 제어가 가능해 국가전력망 수요관리의 핵심이다. 또 전기요금이 저렴할 때 전력을 저장하고 비쌀 때 활용할 수 있는 ESS는 AMI과 연계해 상가·빌딩 등에 구축, 전기사용 감축과 전력피크 절감을 유도할 목적으로 보급사업이 펼쳐진다.

정부는 올해 설치용량 기준 1㎿h급 ESS 보급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총 200㎿h급 ESS를 보급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촉매역할을 담당할 전기차 충전인프라 보급도 진행된다. 지경부는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계획과 연계해 2016년까지 15만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올해 3000기(누적기준)를 시작으로 인구밀도에 따라 4~16㎡마다 충전기 7기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2016년까지 전력 1200㎿을 확보한다=AMI 등 지능형 수요관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전기요금 현실화를 이끌고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주택용 저압 사용자에게는 고정요금만 적용하는 반면, 산업용·일반용 고압 사용자 중 계약전력 300㎾ 이상은 계시별(계절·시간대별) 요금을 적용하고 300㎾ 미만은 계절별 요금을 적용한다. 계시별 요금제 적용 대상을 100㎾ 이상 고압 소비자(16만호)로 단계적 확대할 계획이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대규모 산업체 대상 선택형 최대피크요금제를 도입해 최대전력피크 억제에도 나설 방침이다. 주택용 등 저압전력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도 도입한다. 희망가구 1만호에 대해 선택형 요금제 시범사업을 올해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2013년 이후부터는 주택용 선택형 요금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요관리시장과 발전시장이 분리된 현행 전력시장을 통합해 수요자원과 발전자원의 상호 경쟁을 유도한다.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전기사업상 법적 지위(판매·재판매사업자) 부여 방안과 2013년 전력도매시장 개방 방안 마련을 위한 경쟁체제 도입도 검토한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로 비즈니스 모델화=지식경제부는 올해 사업 타당성 용역사업을 실시, 2013년 초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 추진계획을 포함해 최종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최대 100만평 규모의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며 AMI·ESS·전기차 충전인프라 등에 집중해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경훈 지경부 스마트그리드 팀장은 “기본계획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사업을 총정리해 재정비함으로써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스마트그리드가 기후변화 대응, 국가 전력망 등 에너지 효율 향상은 물론이고 신성장동력 창출에도 기회요소가 큰 만큼 업계와 국민적 관심과 호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창출과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

한국형 스마트그리드의 수출경쟁력과 조기 시장창출을 위해서는 국민적 호응과 적극적인 기업 참여가 절실하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스마트그리드의 기술적 효과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향후 이상기후 등으로 전력 수요예측이 더 복잡해져 발전량이 많아도 대응이 안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에 대안으로 하드웨어로는 스마트그리드, 소프트웨어에는 전기요금이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안정적 전력공급이 국가 전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국민 절반 이상이 전기요금 인상에 찬성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전기 절감에도 온 국민이 동참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체단체 합동으로 스마트그리드 계량기와 태양광발전설비·ESS 보급 사업을 통해 국가 전체를 스마트그리드로 실현, 세계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모델이 되고 있다. 국민과 산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뤄낸 결과다.

최근 국내에서도 ESS·태양광설비 보급 사업이 진행된 바 있지만 값싼 전기요금으로 외면받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의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설비비용 50%(50%는 정부가 지원)을 투자하면서까지 ESS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월 3~5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오는 가정이 대부분인데 약 1000만원의 개인 비용을 들여 태양광발전설비와 ESS를 설치하는 것도 부담이고 경제적 이익 또한 크지 않아 보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태양광발전 자체는 활용도가 높지만 이미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굳이 ESS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정용 태양광발전에서 저장한 전력을 판매·유통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시장에 재판매나 유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기본계획에도 가정에서 원할 경우 수요관리에 동참할 수 있는 AMI 보급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까지 80% 장착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가정 등 수용가 입장에서는 원가 이하의 현행 전기요금 체계 등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지가 관건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