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완성, 기아 뉴 쏘렌토 R이 등장했다. 지난 4월 신형 싼타페가 등장한 지 불과 3개월 여 만에 형제차이자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뉴 쏘렌토 R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뉴 쏘렌토 R의 변화의 폭이다. 이번에 등장한 뉴 쏘렌토 R을 보면 외관에서 큰 변화가 없어 페이스리프트 모델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아 측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 쏘렌토 R에 `세 번째 완성`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에서 신차 수준으로 개발한 차라는 것이다. 현대가 3세대 싼타페를 위해 개발한 신규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뉴 쏘렌토 R은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수준이 아닌 아예 3세대 신차에 준하는 내부 변화가 이뤄졌다.
뉴 쏘렌토 R은 외관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 크롬이 얇아지면서 좀 더 최신 패릴리 룩에 가깝게 당당해졌다. 더 선명한 인상의 헤드램프에는 LED가 적용되고 코너링 램프도 넣었다. 가장 크게 변한 안개등은 범퍼 좌우에 세로로 배치해 참신한 인상을 더한다. 이 세로 배치 램프는 뒷 범퍼 반사판에도 적용되었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얇아지고 `ㄱ`자로 바뀌면서 세련돼 졌다.
차체 크기는 4685×1885×1700㎜와 휠베이스 2700㎜로 전고가 10㎜ 낮아진 것 외엔 이전 모델과 변화가 없다. 신규 플랫폼을 적용했음에도 휠베이스도 동일하다.
실내는 디자인이 많이 바뀐 편이다. 직선이 강조됐던 이전 모습에서 곡선이 보강된 모습으로 바뀌면서 훨씬 부드러워졌다. 패널이나 버튼의 디자인이나 질감, 마무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보다 고급스러워졌다. 실내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계기판에는 7인치 TFT LCD를 적용해 속도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그래픽으로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좌우의 클러스터와 질감이나 선명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그래픽이 깔끔한 편이다. 그리고 시스템 점검, 연료 경고, 도어 열림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 및 경고를 음성으로 알려 주는 기능도 싼타페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센터 페시아는 어쨌든 이전에 비해 부드럽고 깔끔하게 다듬어 졌으며, 사용하기 편리하다. 시승차에는 냉방 시트까지 갖춰져 있었다. 부츠 타입 변속기 레버 아래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과 액티브 에코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외에 K9에 이어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 SUV 최초로 적용되었고,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도 갖췄다. 3열 시트는 5인승을 기본으로 함에 따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신 플랫폼을 적용했다지만 파워트레인은 동일하다. 시승차는 R 엔진 중 성능이 더 뛰어난 R 2.2 엔진을 얹고 네바퀴를 굴리는 R 2.2 4WD 리미티드 스페셜에 풀옵션이다. 2.2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과 최대토크 44.5㎏·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며, 연비는 구 기준으로는 16.1㎞/L이며 신 복합연비로는 13.8㎞/L를 달성했다. 기존의 13.2㎞/L에 비해 향상된 연비다.
R 2.0에 비하면 가속력은 한결 여유 있다. 하지만 파워풀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차의 크기를 생각할 때 44.5㎏·m의 토크는 두터운 토크감을 느끼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반면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부분은 주행 안정감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형제차인 싼타페보다 약간 더 단단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가벼운 충격이 살짝 청량감을 더하는 수준으로 기분 좋은 단단함이다. 그리고 단단한 서스펜션과 함께 고속에서 유격이 적고 조작감이 적당히 무거워지는 스티어링 덕분에 안정감은 잘 유지된다.
뉴 쏘렌토 R은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 새롭게 도입된 첨단 안전 장비가 충분히 가치상승을 주도하고, 이전보다 확연히 향상된 인테리어 품질 또한 높은 점수를 얻을 만하다. 반면 싼타페 대비 좀 더 야성적이었던 이미지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좀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