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편성을 두고 이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칼자루를 쥔 쪽은 국가재정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투입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삭감 대상이 된 사업 주체들은 미래 먹거리가 될 산업 육성과 국민 일자리를 늘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예산을 유예기간도 없이 자를 수는 없다고 맞선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이명박정부가 출범 당시 `국가 R&D 예산은 매년 꾸준히 늘리겠다`고 내건 공약은 후퇴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아시아 과학기술역량분석 및 효과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주요 10개국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을 평가하는 지수(COSTII)에서 3년째 일본·대만·싱가포르에 이어 4위에 그쳤다. MB정부 들어 지난 4년간 연평균 10%에 이르는 증가율, 올해만도 16조원이 넘는 R&D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라 할 수 있는 폐쇄성을 지적했다. 학계와 연구계는 물론이고 정책 당국이 국제 표준에 맞출 수 있는 평가지표 개발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일본 등과 잦은 교류와 협력 체계,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만들고 역량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대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위원회 산하 과학기술지표 전문가그룹(NESTI) 모델도 제안했다.
이것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어느 예산을 자를지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현 상황을 보면 평가지표가 개발돼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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