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허영문초록도 번역오류라니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한글본 번역오류 발견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한국특허영문초록(KPA)`도 번역오류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KPA는 특허기술을 영문으로 요약한 것으로 1979년부터 제작해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 39개국 특허청과 유관기관에 배포했다. 국제적 망신이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은 특허관리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지식재산시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기업은 해외 경쟁기업과 특허 분쟁으로 한숨 돌릴 새가 없는데 해외에 알린 특허영문초록 번역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특허를 보유하고도 분쟁의 여지를 남기는 셈이다. 우리 기업의 특허를 보호하려고 만든 초록이 오히려 불필요한 국제특허 분쟁을 조장하는 자해 무기가 된 셈이다. 기업은 국제특허 분쟁에 한 번 빠지면 피해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이 걸려들기라도 하면 영업은 고사하고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다.

한심한 것은 특허영문초록에 번역오류가 있었음에도 주무기관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원 제기가 없었다`는 기관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세계 4∼5위권 특허대국은 허울에 불과한 꼴이다.

특허는 지식재산이다. 특허관리는 국가와 기업 재산을 지키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관리가 생명이다. 분쟁을 막기 위해 만든 KPA가 도리어 싸움에 불을 붙이는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오류 투성이 KPA를 회수하고 새 KPA를 배포해야 한다. 기계 번역 성능이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번역 작업에 반드시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고 오탈자나 관사 오류 등은 여러 단계를 거쳐 걸러내야 한다. 확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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