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휴(休)자에 틈 가(暇)자를 붙여 만든 `휴가`는 쉬는 시간이다.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몇 주도 있지만 일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는 보통 3일에서 5일을 쉰다.
고려, 조선시대에도 휴가제도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성종이 관료들에게 휴가를 주고 `독서와 제술`을 장려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성균관이나 향교 등에 소속된 유생의 활동, 수업 내용, 처벌 규정 등을 정한 학칙인 `학령(學令)`에는 `휴가 기준과 휴가 중의 준수 수칙`이 들어 있었다.
더 거슬러 고려시대 때 기록에는 관료 간 다툼의 소재로 종종 `휴가`가 나온다. 휴가를 빙자한 업무 태만이 그 내용이다. “아무개가 휴가를 길게 사용해 업무를 게을리했으니 처벌해 달라”는 식이다.
태국에는 `일시적 승려제도`라 불리는 독특한 휴가제도가 있다. 출가해 승려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정부가 3개월을 보장해준다. 수행을 중시하는 소승불교 국가 태국다운 제도다.
업무를 벗어나 쉬라고 주는 시간이지만 되레 휴가 기간에 굵직한 결정이나 판단을 내린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그룹 오너들이 그렇다. 과거 대통령들의 휴가는 상당 기간 향후 정국 구상에 쓰였다. 조용히 책을 읽으며 쉬겠다던 그룹 오너들은 휴가 후 구조조정 및 조직 혁신 방안을 내놓기 일쑤였다.
생각해 보면 일반 시민의 휴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휴가 기간에 개인적인 큰 결심을 하는 사례가 많다. 미래에 대비한 준비, 크고 작은 주변 정리, 새로운 도전 등이다. 일과 떨어져 가장 긴 여유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휴가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나 집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심사숙고하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내용에 따라 매년 사용하는 `정기 휴가`일 수도 있고 `특별 휴가`로 만들 수도 있다. 올여름 휴가에는 한 가지 독특한 결심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임동식 전국취재 차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