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북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가 지난 1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7년이면 전 세계 노트북 가운데 40%는 울트라북이 차지할 전망이다. 출하량 기준으로 보면 1억 800만대에 달한다. 성장세도 장밋빛이다. 아이서플라이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3년 28.4%, 2014년 37.3%, 2015년 42.7% 가파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울트라북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기존 노트북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갖췄기 때문이다. 인텔 권장사항에 따르면 울트라북은 14인치 기준 21mm, 13인치 18mm 이하 두께를 갖추고 배터리 사용시간도 5시간 이상이다. 최대절전모드에서 복귀하는 시간도 7초 미만이다.
울트라북은 최근 세대교체를 한 상태다. 지난 6월 인텔이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3세대 울트라북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3세대 울트라북은 기존에 단점으로 지적되던 게임 성능과 전력소비량을 더 개선했다. 그래픽 성능은 기존보다 2배 이상 빨라졌다. 보안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울트라북이 노트북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비자 관심도 부쩍 높아진 상태다. 초 단위를 놓고 벌어지는 부팅속도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3세대 울트라북을 내놓으면서 자사 제품의 부팅시간을 8.4초, 9초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의 빠른 부팅시간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울트라북에도 짧은 부팅 시간을 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과연 3세대 울트라북은 얼마나 빠를까. 컨슈머저널 이버즈가 직접 실험해봤다.
◇ 어떤 제품 비교했나 = 현재 국내 시장에 나온 울트라북은 1세대와 2세대, 3세대를 합하면 90여 종에 이른다. 이번 실험에서는 다음 3가지 조건에 만족하는 3세대 울트라북을 대상으로 삼았다. 1. 인텔 제시 울트라북 기준 만족 여부 2. 최상위 모델 3. 부팅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하드웨어 부합성이 그것이다.
부팅 속도에 영향을 주는 하드웨어 요소로는 CPU와 SSD, 메모리 용량, 운영체제를 꼽았다.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 중 최상위 모델이면서 부팅 속도에 영향을 주는 하드웨어 조건에 부합하는 비교 가능 모델은 삼성전자 센스 시리즈9 NT-900X3C-A74(이하 시리즈9), LG전자 엑스노트 Z350-GE50K(이하 Z350), 소니 바이오T SVT13117FK/S(이하 바이오T) 3종이다.
물론 하드웨어 구성이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 SSD를 똑같이 썼더라도 제조사마다 MLC를 썼냐 SLC를 썼냐에 따라 성능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3D 게임에선 해상도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선 이런 차이는 해당 제품의 자체 경쟁력으로 인지하고 비교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 충족 여부만 따졌다.
◇ 어떻게 실험했나 = 부팅 속도 측정 방법은 영상 판독을 이용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본체 LED가 켜진 다음 윈도 바탕화면에 작업표시줄(Task Bar)이 나타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 다음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인 프리미어를 이용해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그 밖에 체감 속도 측정을 위해 초시계로 부팅시간을 10회 재서 평균을 낸 값도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바이오스 설정은 업체 기본 설정 상태를 기본으로 삼았다. 다만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오스 설정을 같은 상태로 맞춘 상태에서도 같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바이오스 설정은 마이크로소프트의 OEM 권고 가이드라인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 8.4초냐 9초냐, 진실은 = 동영상은 촬영 후 프리미어를 이용한 판독 과정을 거쳤다. 프리미어는 초 단위와 프레임을 병행 표기한다. 초 단위는 그대로 표시하지만 10분의 1초 단위부터는 프레임으로 표시하는 것. 따라서 프레임으로 나온 항목은 다시 1초를 30(30프레임)으로 나눈 다음 해당 프레임 수를 곱해서 다시 초로 환산했다.
결과를 보면 Z350이 역시 8.3초로 가장 빠르다. 시리즈9는 9.07초, 바이오T는 15.57초를 기록했다. 체감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스톱워치로 10회 잰 평균값을 내봤지만 이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다. Z350이 8.67초로 1위, 시리즈9가 9.58초로 2위, 바이오T는 16.3초를 나타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LG전자의 Z350이 어떤 결과에서도 가장 빠른 수치를 나타낸다. Z350은 LG전자가 주장하는 부팅속도인 9초보다 더 빠른 성능을 보였다. 반면 국내 제조사와 달리 부팅속도를 강조하지 않은 바이오T의 경우에는 평균 15초 가량의 부팅속도에 머물렀다.
간이 테스트도 하나 진행해봤다. 3세대 울트라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게임이다. 실제로 인텔은 3세대 울트라북을 시연하는 자리에서 디아블로3 풀 옵션 실행을 강조했다. 부팅 속도에서 가장 빠른 결과를 보인 Z350으로 게임 성능을 재봤다. 게임은 디아블로3을 이용했고 게임 화면 녹화 프로그램인 프랩스(FRAPS)로 게임 시작 직후 3분 동안 게임 화면을 녹화한 다음 초당 평균 프레임 수를 쟀다. 결과를 보면 평균 프레임은 21.42다. 울트라북으로도 충분히 디아블로3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 순발력?합리적 가격 잡아야 = 이번 비교에서 순발력의 기준으로 삼은 부팅속도 1위를 기록한 제품은 LG전자의 Z350이다. 비교 제품 중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부팅 속도를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로 삼았다. 양사가 주장하는 부팅 속도는 각각 8.4초와 9초. 하지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부팅 속도 자체는 LG전자 쪽이 더 빠르다. 양사의 주장만 보자면 LG보다 삼성 쪽이 빨라야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가격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Z350과 시리즈9 모두 인텔 코어i7-3517UM (1.9GHz), DDR3 4GB 메모리를 탑재했다. 크기나 무게는 대동소이하며 SSD 용량과 해상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보면 Z350과 시리즈9의 가격 차이는 42만 원에 달한다. 부팅 속도만 놓고 보면 더 느린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사는 셈이다.
한 단계 아래 모델인 LG전자 Z350-GE30K, 삼성전자 센스 시리즈9 NT900X3C-A54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SSD 용량도 같고 해상도에 차이가 있는 두 모델의 무게를 따져보면 Z350-GE30K의 무게는 1.21kg, NT900X3C-A54의 무게는 1.16kg이다.
두 제품 사이의 무게 차이는 단 50g이지만 가격 차이는 30만 원에 달한다. 50g과 같은 무게를 지닌 동전은 500원짜리(7.7g) 6개와 50원짜리(4.16g) 1개인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050원이다. 3,050원짜리 효과를 얻기 위해 30만원을 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울트라북 배터리 시간이 늘어났지만 외부에서 오래 쓰기 위해서는 아직 어댑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노트북 본체가 가벼워도 어댑터가 무겁다면 오히려 휴대성이 떨어진다. 본체 무게 뿐만 아니라 어댑터 무게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12.1인치 노트북에 어댑터와 휴대용 USB 마우스 무게(150g~200g)를 합치면 2Kg 가까이 나간다. Z350-GE30K의 어댑터는 고작 160g에 불과하다. 기존 12.1인치 노트북 무게보다 가벼운 셈이다.
휴대성에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요인 중 무게·두께와 더불어 큰 영향을 끼치는 가로·세로 길이도 눈여겨 볼만한 데 가로 315mm, 세로 215mm로 A4 한 장에 쉽게 가려지는 수준이다. 특히 Z350의 가로 길이는 12인치이지만 베젤 두께를 최대한 줄여 13.3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물론 다른 제품도 화면 인치수는 같을 수 있지만 크기를 비교해 보면 보다 작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크기는 줄이면서 볼 수 있는 정보량이 같아져 휴대성에서도 도움을 준다. 결국 합리적인 선택에서는 Z350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물론 부팅속도라는 순발력을 거머쥔 울트라북은 또 한차례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내년 인텔이 선보일 새로운 프로세서인 코드명 하스웰은 전력소비량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처리속도는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울트라북에 또 다른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